- 입시비리 최순실 징역 7년 구형
- 최경희 징역 5년…남궁곤은 4년

"학교에 안 갔기 때문에 입학 취소는 당연하다." "전공은 잘 모른다."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 씨의 딸 정유라(21) 씨가 해외 도피 245일 만인 31일 국내로 압송됐다. 정 씨는 예상보다 당당한 표정 속에 억울함을 호소했다. 최 씨는 딸이 귀국한 날 징역 7년을 구형받았다.

■"삼성전자 특혜 잘 모르겠다"

이날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정 씨는 '국정 농단이 억울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울컥하며 "일단은 좀 억울하다"고 답했다. '이화여대 입학 취소 처분을 인정하느냐'는 질문에는 "학교에 안 갔기 때문에 취소는 인정한다. 전공이 무엇인지도 잘 모른다. 한 번도 대학에 가고 싶어 한 적이 없기 때문에 드릴 말씀이 없다. 죄송하다"고 답했다.

정 씨는 과거 페이스북에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 있는 우리 부모 가지고 감 놔라 배 놔라 하지 말고. 돈도 실력이야"라는 글을 올린 것은 사과했다. 정 씨는 "그때는 참 어렸다. 좀 다툼이 있어 욱하는 마음에 썼던 것 같다"며 "저도 아기가 있는데 제 자식이 어디 가서 그런 얘기를 들으면 속상할 것 같다.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삼성전자가 자신에게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딱히 그렇게 생각한 적은 없는데 일 끝나고 돌이켜보면 잘 모르겠다"고 모르쇠 작전을 폈다. 또 "삼성이 지원하는 승마 선수 6명 중에 자신이 있었다고 들었다. 그런 줄 알았다"고 부연했다.

정 씨는 도착 직후 서울중앙지검으로 압송됐다. 검찰은 ▷이화여대 부정입학·학사비리 ▷삼성 승마 지원 ▷재산 은닉 및 국외 도피 의혹을 중심으로 정 씨를 강도 높게 조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행 국적기에서 체포영장이 집행된 정 씨의 체포 만료 시한은 2일 새벽 4시까지다. 검찰은 1일 밤늦게 정 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최순실 징역 7년 구형

박영수 특별검사는 딸 정 씨가 국내로 송환된 날 어머니 최 씨에게 이화여대 입시·학사 비리 혐의로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최 씨와 공범으로 기소된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과 남궁곤 전 입학처장에게는 각각 징역 5년과 4년을 구형했다. 최 전 총장은 후임자인 김혜숙 신임 총장이 취임식을 하는 날 구형을 받았다.

특검은 "(31일은) 특검이 출범한 지 6개월이 된 날이다. 정유라가 범죄인 인도 절차에 따라 체포·송환돼 긴 여정의 마침표를 찍게 되는 날"이라며 "이번 사건은 일부 비뚤어진 학부모의 자녀 사랑에서 비롯된 통상의 입시비리 사건이 아니라 '너희 부모를 원망해. 돈도 실력이야'라는 정유라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 비선 실세와 그 위세를 통해 영달을 꾀하고자 한 교육자들의 교육 농단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학사비리의 실체는 정유라에게 학사 특혜를 제공하기 위해 학교 차원에서 조직적이고 비정상적인 불법 행위가 저질러졌다는 것"이라며 "피고인들은 배움을 통해 누구나 성공하고 행복해질 수 있다는 사회의 믿음을 무너뜨리고, 사회의 공평성을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