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들어 신규 원전 건설 중단 및 노후원전 폐로를 통한 '40년 후 원전제로 국가'를 건설하겠다는 대선공약 이행에 기득권을 누려온 원자력업계 학계가 반대 목소리를 내는 등 조직적 반발에 나서고 있다.

	김해창 경성대 교수. 국제신문DB

이에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고리1호기 폐쇄, 신고리5,6호기 백지화운동을 주도해온 부울경 지역 시민단체 전문가들이 문재인 정부에 '탈원전에너지전환' 공약을 적극 실행하라는 촉구 움직임이 다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새정부는 촛불민심은 물론 '광화문1번가'에게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정책, 탈핵에너지 전환'의 첫단추를 잘 끼워야 하며, 이를 위해'원전마피아'가 아닌 '국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자세와 정책 결단이 절실한 때이다.

탈핵에너지전환정책의 핵심은 안전성이다. 오는 6월 18일 부산 고리1호기가 영구정지에 들어가는데 이때를 기점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탈핵에너지전환정책을 선언할 필요가 있다. 폐로와 관련해 한수원과 부산시 등 지자체와 시민단체,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가칭 '원전지역소통위원회'를 만들어 폐로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이와 함께 이날 부울경 지역주민들의 요구와 지진 및 다수호기문제를 무시하고 졸속허가를 받아 강행하고 있는 신고리5, 6호기의 건설 중지 의지를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탈핵은 원전 즉 핵발전의 사고 위험성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국가의 첫 번째 책무를 실천하는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통해 원전 안전 신화의 허상을 생생히 보았다. 신고리 5, 6호기의 매몰비용은 사실은 정책 판단을 잘못한 한수원 경영진이 져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최근 98% 완공된 제4원전을 비롯한 모든 원전 가동을 중지하고 탈핵에너지전환을 선언한 대만 차이잉원 정부의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기존의 건설현장을 원자력안전박물관이나 재생가능에너지타운으로 대체하는 방안 등도 모색해야 한다. 특히 4조 원에 이르는 전력기금도 이럴 때 활용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월성1호기, 고리2~4호기, 한빛1,2호기, 한울1, 2호기 등 노후원전의 폐로에 대한 로드맵 작성과 사용후핵연료처리장 부지 선정 문제 등에 대한 기본원칙 정도도 밝혀야 한다. 진정한 폐로는 지역재생에 있다.

원전의 안전성 담보를 위해서는 현재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원자력규제위원회로 탈바꿈하고, 원자력문화재단을 원자력안전문화재단으로 개편하고, 낙하산 인사 금지, 진흥기관과 규제기관의 인사이동 금지 등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원전비리와 은폐사고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과거 지경부 2차관이 한수원 사장으로 임명된 잘못된 관행을 더 는 허용해선 안 된다. 원전비리에 대한 처벌은 국가안보 차원에서 엄하게 다뤄야 한다. 한편 소위 '원전마피아'들은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 원전을 친환경 청정에너지라는 말로 호도하고 있다. 지속가능성에서 볼 때 핵발전은 기후변화의 대안이 결코 될 수 없다. 핵발전의 원료인 우라늄도 향후 40~50년이면 고갈될 천연자원이며, 원전의 고온 온배수가 바다의 온실가스 배출을 촉진하고 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

탈핵에너지전환을 위해서는 그간 원전에 올인한 정책에서 벗어나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율 20%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종합적인 에너지믹스전략이 필요하다. 한국수출입은행 자료에 따르면 세계 평균 kWh당 발전단가가 2014년에 석탄 60원, 원자력 120원, 태양광 180원, 풍력 90원이던 것이 불과 3년 뒤인 2020년에는 석탄 70원, 원자력 130원, 태양광 80원, 풍력 70원으로 태양광발전 단가가 원자력보다 더 싸지는 제너레이션 패리티(generation parity)가 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6년 세계원전산업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전력생산에서 원전의 비중은 1996년 17.6%에서 2015년 10.7%로 떨어졌다. 건설 중인 원전 수도 1979년 234기에서 2016년 55기로 크게 줄었다. 세계 1위 원전 공급업체였던 미국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한 도시바는 원전사업의 악화로 지난해 약 10조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제부터는 폐로산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 새정부의 환경에너지팀은 재생가능에너지 산업 75조원 달성 및 30만 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지역의 에너지자원에 대한 심도있는 연구와 지역산업과 연계한 지역에너지 식량생산시스템의 구축이 새로운 경제 살리기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기존의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RPS)의 문제점을 발전차액지원제(FIT)의 재도입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신재생에너지 보급과 관련해선 도농복합지역에서 태양광 풍력 바이오매스 등 에너지농업을 추진하거나 신재생에너지의 투자를 활성화하는 그린전력증서제도의 도입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신재생에너지 보급은 단순한 양의 문제가 아니라 주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지역에너지 식량생산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궁극적으로 탈핵에너지전환정책은 국민과의 소통이 열쇠이다. 에너지절약과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국민적 공감이 요구된다. 산업전기의 낮은 요금제와 가정용 전기의 누진제를 현실화해야 한다. 이해자 및 전문가집단이 분야별 위원회를 만들어 심도있는 논의를 통해 국민에게 공개하는 대국민 토론의 장이 필요하다. 독일이 후쿠시마사고 이후 '안전한 에너지공급을 위한 윤리위원회'를 만들어 수개월 찬반 논의한 것을 TV를 통해 11시간 생중계하고 여론 수렴후 내각에서 8시간 토의를 거쳐 탈핵을 결정했다. 우리도 분야별 다양한 논의구조를 갖고 '정-반-합'의 정책 결정을 구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김해창 경성대 건설환경도시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