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금 올리면 할인효과 떨어져
- 서민 물가부담 가중 우려도

부산시가 4년째 동결된 택시 요금을 인상하는 문제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오는 10월부터 택시요금 환승 할인을 시범 시행(본지 지난 8일 자 1면 보도)하는데 요금을 인상하면 환승할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택시 요금을 올려 서민 물가부담만 가중시켰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어 고민이 깊다.

부산시는 오는 23일 '택시운송사업 발전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를 열어 택시요금 인상에 대한 의견을 듣는다. 이날 핵심 의제는 공공교통(택시) 환승 체계 도입과 ▷새내기·10년 이상 장기근속 기사에게 월 5만 원의 수당을 지급하는 희망키움사업 ▷하반기 택시요금 인상이다.

문제는 환승 체계 도입과 택시요금 인상이 부딪친다는 점이다. 환승 체계는 오는 10월부터 도시철도나 버스를 이용한 승객이 택시를 타면 기본요금을 500~1000원 할인해 주는 것이다. 꾸준히 감소세인 택시 수요를 확대하기 위해 전국에서 처음 도입하는 제도다.

택시 기본요금을 현재 2800원에서 인상하면 승객들은 환승 할인 효과를 누리기 어렵다. 부산시 담당자도 "환승 할인과 요금 인상은 개별 정책이지만 동시에 추진될 경우 효과가 반감될 것 같다"며 "요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택시업계의 요구가 강해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부산과 비슷한 2013년 택시요금을 인상한 전국 17개 자치단체 가운데 아직 추가로 택시 요금을 인상한 곳은 없다. 심지어 서울시는 지난 4월 택시요금 인상 요인이 없다고 선제적으로 밝혀 요금 인상을 추진하던 다른 자치단체들이 손을 놓기도 했다.

부산에서 마지막으로 택시 요금이 오른 것은 2013년 1월 1일이다. 당시 중형택시 기준 기본요금이 2200원에서 2800원으로 600원 인상됐다. 개인·법인택시조합은 2015년 5월 중앙경제연구원에 의뢰한 용역에서 "택시 요금을 30% 이상 인상할 요인이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부산시도 지난해 택시 요금 인상을 추진하다가 부산도시철도 요금 인상이 늦춰지면서 올해로 시기를 넘겼다.

택시업계는 차량 유지·관리비가 4년 전보다 대폭 상승했고 지난해 10월부터 운송비용 전가 금지(유류·세차·정비 비용을 기사가 아니라 회사가 부담하는 제도)가 시행되면서 경영 상황이 더 악화돼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송광행 부산시 대중교통과장은 "올 연말까지 택시 요금 인상을 추진할 계획이지만 택시발전협의회와 교통개선위원회를 거쳐 부산시의회 보고와 물가대책위원회 심사를 마치려면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