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두환 전대통령 지시로 법제화
- 원인제공한 정부가 책임져야"

도시철도 운영 자치단체들이 노인 무임승차에 따른 손실분을 정부가 부담(본지 지난 3월 29일 자 8면 보도)해야 한다고 역설해온 가운데 무임승차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지시로 시작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통령이 지시한 만큼 손실분 역시 정부가 보전해야 한다는 논리가 힘을 얻고 있다.

부산과 서울 대구 인천 광주 대전으로 구성된 전국도시철도운영자치단체협의회(협의회)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도시철도 법정 무임승차 손실분을 정부가 보전하라는 건의문을 전달했다고 21일 밝혔다.

협의회는 건의문에서 이전과 다른 논리를 담아 눈길을 끌고 있다. 그동안 노인 무임승차의 경우 노인복지법에 따라 시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6개 광역단체는 노인 무임승차가 법에 따라 강행된 게 아니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지시로 시작됐다는 내용을 공개했다.

전 전 대통령이 1984년 5월 22일 서울 도시철도 2호선 개통식에 참석해 '65세 이상 노인 무임승차 도입'을 구두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을 보도한 당시 신문 기사도 자료로 제시됐다.

1984년은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되기 이전이었고 도시철도 요금을 결정하는 서울시장을 대통령이 임명했으므로 사실상 정부가 노인 무임승차를 시행한 것이라고 협의회는 주장했다. 서울 도시철도에서 시작된 노인 무임승차는 1985년 개통한 부산에도 자연스럽게 적용됐다.

그동안 무임승차는 노인복지법 제26조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65세 이상의 자에 대해 수송시설 및 고궁·능원·박물관·공원의 공공시설을 무료로 또는 그 이용요금을 할인해 이용하게 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협의회는 원인 제공자가 무임승차 손실을 보전해야 하므로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촉구했다. 또 다른 법정 무임승차에 해당하는 장애인과 유공자도 '장애인복지법'에 의해 시행되고 있어 원인 제공자는 정부라는 입장이다.

무임승차 손실은 도시철도 운영 기관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지난해 전국 도시철도 무임승차자는 4억2000만 명이며 운임손실은 5543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전국 7개 도시철도 운영기관은 8395억 원의 적자를 냈는데 무임승차 손실이 이 중 66%를 차지했다. 부산교통공사는 지난해 무임손실이 1111억 원이었으며 이는 적자분(1364억 원)의 81.5%에 달했다.

협의회는 건의문을 국회 국토교통·기획재정·법제사법위원회와 국토교통·기획재정부에도 전달할 예정이다. 권명수 부산시 철도시설과장은 "새 정부는 열악한 지방재정을 고려해 반드시 손실분을 보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