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산감시 의무 포기" 거센 비판

부산의 한 기초의회가 예산 결산 승인과정에서 '보조금 정산이 부실하다'는 민간 위원의 보고서를 삭제해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위원은 '의회가 예산 감시 의무를 포기했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23일 부산 수영구의회 등에 따르면 의회는 2016 회계연도 결산서를 최근 심의, 승인했다. 구에서 작성한 결산서는 의회가 위촉한 결산검사위원이 검토 후 구청장에게 의견서를 제출하고, 이후 의회가 결산서와 결산검사 의견서 승인을 한다. 의회는 구의원 1명과 민간 결산검사위원 2명으로 결산검사위원회를 꾸리고 지난 4월 5일부터 20일까지 결산검사를 진행했다.

A 검사위원은 이 과정에서 수영구가 한 민속예술보존협회(보존회)에 지원한 보조금의 정산 내역이 부실하다고 지적한 부문을 결산검사 대표위원인 구의원이 제외했다고 주장했다.

A 위원에 따르면 보존회가 지난해 8회에 걸쳐 상설공연을 진행하면서 매회 공연 내용과 출연 인원이 달랐지만 지원 금액은 700만 원으로 똑같았다. 1~6회 공연까지는 보존회 출연진 50명이 출연료 8만 원씩 총 400만 원을 받았고, 초청공연료는 300만 원이었다. 7회 때는 보존회 출연인원은 50명으로 같았지만 출연료는 6만 원(총 300만 원)이었고, 초청팀에 400만 원이 지급됐다. 8회 때는 보존회 출연 인원이 40명으로 줄었지만 출연료가 10만 원으로 올라 400만 원을 맞췄다.

이에 대해 A 위원은 구가 1회 공연 비용을 700만 원으로 짜맞춘 것으로 판단해 향후 같은 사업을 할 때는 현장 확인 등을 통해 보조금을 세심하게 집행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수영구는 출연료와 초청료가 매회 700만 원 이상 소요됐지만 나머지 금액은 보존회가 자비로 부담했다는 입장이다. 해당 구의원은 "A 위원이 지엽적인 문제만을 강조해서 의견서에서 제외했지만 의회 정례회 때 보존회 부분의 별도 자료를 배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A 위원은 "인건비 지급 내역에 국·시비 보조금만 있을 뿐 자부담은 0원으로 잡혀 있다"며 "의회에서 직접 설명하게 해달라는 요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아 구의원들이 보조금 집행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