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급여 정기·수시조사 대상자 불구
- 공무원 1명이 2000명 이상 담당
- 개별 관리 현실적으로 어려워

부산시가 1인가구의 고독사 예방을 위해 전수조사에 나선 가운데 기초생활수급자인 홀몸노인이 숨진 지 4개월 만에 발견됐다. 사회 안전망에 편입됐는데도 '돌봄서비스'를 받지 못해 쓸쓸히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부산은 공무원 1명이 담당하는 복지 대상자가 2000명을 넘는다.

27일 부산 연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후 4시 연제구 연산동의 한 주택에서 조모(68) 씨가 숨져 있는 것을 사회복지사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조 씨의 시신은 심하게 부패한 상태였다.

조 씨의 사망은 우연히 드러났다. 집주인이 평소 조 씨를 돕던 교회 자원봉사자와 주민센터에 "방에서 썩은 냄새가 나니 청소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때마침 1인가구 전수조사를 하던 주민센터는 이달 중순께 조 씨와 연락이 닿지 않았던 점을 확인하고 현장조사에 나섰다가 시신을 발견했다.

조 씨의 시신은 방 안에 가득 찬 쓰레기더미 사이에서 발견됐다. 조 씨가 길에서 주워온 쓰레기를 방 안에 쌓아두는 저장 강박증을 앓고 있었던 탓이다. 경찰은 "이웃들이 시신이 부패하면서 나는 냄새를 쓰레기 냄새로 오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모를 여의고 미혼인 채 혼자 살아온 조 씨는 기초생활수급자였다. 조 씨에게는 매월 생계·주거 급여 63만7000원이 지급됐다. 사회복지망에 편입된 조 씨였지만 행정의 관심은 제대로 닿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자치단체는 기초수급자의 부정 수급 예방이나 추가 지원을 위해 정기 조사와 수시 조사를 한다. 연제구의 경우 공무원 1명이 담당하는 복지 대상자가 2700명에 달해 자주 연락을 할 수 없었다.

통장이 정부 지원 쌀이나 쓰레기종량제 봉투를 가져다줄 때 조 씨의 안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조 씨는 교정시설 입·출소가 잦아 자주 연락이 닿지 않았다. 지난 4월에는 주민센터가 조 씨에게 쌀을 전달하려다 인기척이 없자 가까운 고물상에 맡겨두기도 했다.

홀몸노인을 위해 노인관리사가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돌봄서비스에서도 조 씨는 제외됐다. 연제구 독거노인복지서비스원스톱지원센터 측은 "지난해 사회복지보장정보원에서 받은 명단에 조 씨의 이름이 없었다"고 밝혔다. 연제구는 "기초연금 수령자만 돌봄서비스를 받는다. 기초연금을 받으면 그만큼 생계급여가 줄어든다. 조 씨가 생계급여를 많이 받기 위해 기초연금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취약계층을 발굴해 사회보장서비스를 연결해주는 통합사례관리제도가 있지만, 조 씨는 기초수급자인 탓에 여기에도 속하지 못했다. 연제구 관계자는 "기초수급자는 거동이 불편하거나 거처가 없는 정도의 위기 상황이 아니면 집중 관리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