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민센터, 복지대상자 질환 깜깜
- 보건소·구청 등 협업체계 필요

지난달 30일 부산 사상구 모라동의 한 아파트에서 여모(70) 씨가 숨진 지 일주일 만에 발견됐다. 기초생활보장수급자였던 여 씨는 2005년 경남에서 부산으로 이사와 줄곧 혼자 살았다. 경찰은 평소 여 씨가 앓던 심장질환이 악화된 것으로 추정했다. 주민센터에 따르면 여 씨는 건강관리를 위해 보건소나 병원을 찾는 경우는 없었다.

최근 부산에서 홀로 숨진 채 발견된 12명 중 8명이 여 씨처럼 만성질환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1차 공공의료기관인 보건소나 병원의 의료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고 쓸쓸히 죽음을 맞았다. 보건소와 사회복지 인력이 협업을 강화해야 고독사를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취재진이 지난달 5일부터 이달 4일까지 한 달간 부산의 고독사 12건을 분석한 결과 8명이 각종 질환을 앓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자치단체의 사회복지사들이 이웃이나 지인을 통해 사망자의 질병을 확인한 경우만 이렇다. 경찰 관계자는 "사망자 대부분 최근 병원 진료기록이 없어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히는데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5일 숨진 50대 남성은 알코올 중독 치료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0일 해운대구 반여1동에서 숨진 채 발견된 69세 남성(간질과 알코올 중독)도 사망 전 의료기관을 찾지 않았다고 주민센터는 전했다.

이달 3일 연산동의 한 빌라에서는 정모(71) 씨는 숨진 지 보름이 지나 발견됐다. 정 씨는 당뇨 합병증 치료를 거의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센터도 1인 가구의 질환 여부를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무원 1명이 담당하는 복지 대상자가 2000명을 넘는 탓에 사회 안전망에 편입된 기초수급자 역시 '돌봄서비스'를 받지 못한다. 한 사회복지사는 "거동이 불편하거나 거처가 없는 정도의 위기 상황이 아니면 집중 관리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고독사 위험군과 만성질환자가 상당 부분 겹치는 만큼 보건소와 주민센터의 협업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박민성 사회복지연대 사무처장은 "최근 발생이 잦은 고독사는 환절기에 급격한 계절 변화라는 공통된 특성이 있다. 알코올 중독이나 심장질환과 같은 만성질환자는 보건소에서 정기 점검해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부산시는 고독사가 잇따르자 통장·집배원·야쿠르트 배달원을 이용해 1인가구 50만 명을 전수조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조사 기간이 오래 걸리고 공공지원책 없이 민간의 도움을 받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처장은 "부산은 보건소 전문인력이 전국 광역단체 가운데 가장 적다. 복지그물망을 촘촘히 메울 인력 부족과 고독사가 연관 있는 게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봉기 기자 superche@kookje.co.kr

◇ 부산 고독사 발생 현황 일시 나이 성별 기초수급 질병 6월 5일 59 남 비수급 알코올중독 12일 51 남 비수급 해당없음 13일 65 남 수급 해당없음 13일 43 남 비수급 해당없음 19일 61 여 수급 뇌종양수술 23일 60 남 수급 간경화 26일 68 남 수급 조현병·간질 28일 60 남 비수급 간경화 30일 70 남 수급 심장질환 30일 69 남 수급 간질·알코올 중독 7월 3일 71 남 수급 당뇨 5일 49 남 비수급 해당없음 ※자료 : 부산시, 16개 구·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