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식 없이 비좁은 방서 거주
- 가족사진도 없어…법원 기각

- 친척·지인 초대 혼례 올리고
- 자녀 예식 참석…혼인관계 인정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사는 사실혼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사실혼 당사자들이 법률상 부부에 준하는 법적 보호를 받으려는 송사가 증가하고 있다. 법원은 결혼식 유무나 자녀와의 관계는 물론 거주 공간까지 엄격하게 따져 사실혼 관계를 인정하는 추세다.

부산가정법원 가사5단독 박상현 판사는 A(여·51) 씨가 B 씨 사망에 따른 유족급여 및 유족연금을 수령하기 위해 제기한 혼인관계 존재 확인 소송을 기각했다고 17일 밝혔다.

A 씨는 2012년 8월부터 B 씨의 사망일인 지난해 3월 15일까지 혼인 생활의 실체를 이루며 사실혼 관계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 판사는 ▷A 씨가 망인과 결혼식을 하거나 최소한 양가 친지나 가까운 지인들을 초대해 예식을 올린 적이 없고 ▷살림 공간이었다고 주장하는 장소도 너비 2m에 길이 4m의 비좁은 방 1칸으로 살림을 하기에는 적절한 장소가 아니었다고 봤다.

또 고인이 A 씨 자녀들의 결혼식에도 참석했다고 하지만 가족석에 앉아 있는 사진은커녕 A 씨의 가족·친지들과 함께 찍은 사진도 없다는 점을 들어 A 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 판사는 “사회관념상 가족질서적인 면에서 부부공동생활이라고 인정할 만한 사회적 사실이나 혼인의 실체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반면 비슷한 소송에서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C 씨는 유족급여 수급을 위해 고인과 2009년부터 지난해 9월 11일까지 사실혼 관계가 존재했음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부산가정법원 가사3단독 윤재남 부장판사가 인정한 사실을 보면 C 씨는 친척과 지인을 초대해 고인과 결혼식을 올렸다. C 씨 딸의 결혼식 청첩장에는 고인이 신부 아버지로 표시돼 있었다. 고인도 아버지로 참석했다.

C 씨의 자동차보험 계약에 고인을 특정한 부부운전자 한정특약이 있는 점과 고인의 휴대전화에 C 씨를 ‘각시’로 해 연락처가 저장됐고 고인의 장례비용도 C 씨가 지출한 점이 인정됐다.

대법원은 형식적 요건인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법률상 부부로 인정되지 않는 남녀의 결합관계를 사실혼으로 규정한다. 하지만 판례에 따르면 사실혼이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단순한 동거 또는 간헐적인 정교관계만으로는 부족하다.

결국 당사자 간 주관적인 혼인 의사의 합치와 객관적으로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사회적 사실이 있으면서 정당성도 갖춰야 법률이 보호하는 사실혼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