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자 “마을 거주” 증언 제출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의 용역 입찰 결과를 두고 고발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고리본부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에 사무실을 둔 기업 또는 개인에게 부여되는 가산점을 노리고 위장 전입을 한 업체가 선정됐다는 것이다.

부산 기장경찰서는 지난달 A 씨가 B 씨를 상대로 제기한 입찰방해 고발 사건을 수사 중이라고 1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와 B 씨는 지난달 고리 제3발전소 청소용역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18억9000만 원)에 참여했다. 입찰 결과 B 씨가 운영하는 업체가 용역을 따냈다. 고리본부는 가격 60%에 가산점 40%를 합산해 용역업체를 선정한다. 기장군 일광면·장안읍과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에 입찰일 이전 5년 이상 거주하면 가산점 4점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A 씨 측이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발생했다. A 씨는 B 씨가 실제 원전 인근 마을에 살지 않았고 주민등록만 장안읍 길천마을에 두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A 씨는 길천마을 주민 12명으로부터 ‘B 씨가 2017년 5월 10일 이전에 실제로 살지 않았다’는 사실확인서를 받아 경찰에 제출했다.

B 씨도 자신이 길천마을에 살았다는 마을 주민의 증언을 제출했다. B 씨는 “마을 활동을 많이 안 해서 이런 오해가 생긴 것 같다”며 “내가 길천마을에 살았다는 점은 경찰에 증명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입찰방해 혐의와 주민등록법 위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원전 주변 마을에서 곪아 왔던 문제가 불거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수원의 입찰이 주민등록지를 중심으로 한 서류 위주로 진행된다는 점을 악용해 사무실 주소지만 옮겨두고 실제로는 거주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장안읍 관계자는 “실제 거주자가 없는 사업장이 다수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마을 주민의 피해를 막기 위해 예방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