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규정 어기면 6개월간 불허
- 광안리해수욕장도 예약제
- 해외 주요 도시들도 규제 추세

버스킹(길거리 공연) 사전 허가제가 부산에서 확산하고 있다. 상가나 주택가에서 소음 민원이 빗발치자 대안을 꺼낸 것이다. 젊은층이 많이 찾는 부산 중구 광복동과 송도해수욕장은 거리공연을 사실상 금지한 상태다. 버스킹도 하나의 문화상품인 만큼 일률적인 규제보다 공연자들의 자정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 20일 오후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피서객들이 버스킹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해운대구는 소음 민원이 늘어나자 오는 24일부터 버스킹 사전 예약제를 도입한다. 김종진기자

해운대구는 오는 24일부터 해운대해수욕장 입구인 구남로 일대를 대상으로 버스킹 사전예약제를 시행한다고 21일 밝혔다. 버스킹을 희망하는 단체나 개인은 자신의 공연 동영상을 미리 보내야 구남로의 3개 버스킹 공간 중 한 곳을 사용할 수 있다.

공연 가능 시간은 오후 1시부터 밤 9시까지다. 1개 팀당 2시간 동안 공연할 수 있다. 실력이 현저히 떨어지거나 음란·위험 공연이 아니면 선착순으로 공연장을 내준다. 이런 규정을 어긴 공연자에게는 6개월 동안 버스킹을 불허할 계획이다. 해운대해수욕장 내 버스킹은 사전 예약제에서 제외된다.

해운대구 담당자는 “버스킹이 하나의 문화상품이기는 하지만 해수욕장 인근 호텔가를 중심으로 야간 소음 민원이 많다”며 “공연을 통제할 수는 없어 시간대를 조절해 소음을 조금이라도 줄여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국내 대표적인 휴양지인 해운대해수욕장 일대는 여름철만 되면 기존에 활동하는 공연자와 서울·경기도에서 원정을 온 팀이 뒤섞인다. 결국 해운대구는 민원이 가장 많은 파라다이스호텔 주변과 해운대해수욕장 이벤트 광장에서는 버스킹을 금지하는 내부 규정을 마련하기도 했다.

현재 수영구도 광안리해수욕장 버스킹 사전 예약을 받고 있다. 예약하지 않아도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는 점은 해운대와 다르다.

서구와 중구는 최근 송도해수욕장과 광복동의 버스킹을 사실상 금지(본지 지난달 26일 자 6면 보도)했다. 인근 상인들이 버스킹 소음에 시달린다는 민원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과거 버스킹을 장려했던 해외 주요 도시도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호주는 버스킹을 원하는 공연자에게 허가증을 발급하고 1블록당 1팀만 공연하도록 하고 있다. 장소를 두고 공연자들 사이의 분란을 막는 한편 소음을 줄이기 위해서다. 미국 뉴욕시도 공연자가 음향장비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경찰을 통해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밤 9시 이후로는 공연이 금지된다.

백선기 해운대구청장은 “버스커들이 경쟁적으로 음량을 높이면서 주간 소음이 100데시빌을 넘기도 한다. 버스커 자체적으로 순번을 정해 앰프 사용을 줄이는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소음 민원을 방지하기 위한 대안책으로 ‘버스커 라이선스’ 제도를 도입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