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두 달간 부산에서 14건의 고독사가 발생했다. 65세 이상 노인이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가정에서 주로 발생한다. 부산은 노인 인구 비율이 전체의 15.2%(2016년 기준)를 차지해 전국 특·광역시 중 가장 높아 고독사에 특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주)수상에스티가 개발한 노인 말벗 도우미 로봇. 부산시 제공

이런 상황에서 로봇이 고독사 예방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부산시는 정부의 공모 사업에 어르신과 대화하고 실시간 모니터링을 해 고독사를 예방하는 ‘어르신 말벗 도우미 로봇 보급 사업’을 제안했다고 23일 밝혔다. 부산테크노파크와 향토기업인 ㈜수상에스티가 컨소시엄에 동참했다. 총사업비는 6억6800만 원이다.

핵심 기술은 수상에스티가 보유한 음성 채팅 기술을 응용한 챗봇(Chat+Robot·대화하는 로봇)과 봉제 인형을 결합하는 것이다. 봉제 지능 로봇이 다양한 시나리오를 사전에 학습해 어르신과 대화를 주고받는다.

어르신이 먼저 말을 걸 때 답을 하고 로봇이 어르신에게 대화를 유도할 수도 있다. 홀로 사는 어르신들의 외로움을 덜어주고 심리적 안정을 유도해 노년 우울증을 막기 위해서다. 사투리와 일부 어르신의 어눌한 말투를 인식하기 위한 데이터도 축적하고 있다.

또 하나의 기능은 실시간 안전 모니터링이다. 어르신의 로봇 활용 빈도가 평소보다 떨어지거나 로봇의 대화 시도에 응하지 않는 등 평소와 다른 징후를 보이면 보호자나 사회복지 담당자에게 알려 고독사를 예방할 수 있다.

봉제 지능 로봇은 확장성이 뛰어나다. 앞으로 맥박이나 혈압 체크 등 의료 기능과 음악 재생 등 다양한 콘텐츠를 장착할 수 있다. 고령화가 한국보다 심한 일본은 비슷한 유형의 로봇이 상용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는 공모에 선정되면 내년 4월까지 거동이 불편한 홀로 어르신 200명 정도를 상대로 사업을 실시한다. 부산형 복지정책인 다복동사업추진단과 협의해 구체적인 대상을 결정한다.

이강헌 부산시 정보화담당관은 “정부의 공모 사업에 선정되는 것이 우선 과제”라며 “고독사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말벗 도우미 로봇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