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족 손배청구할까 걱정돼 범행”
- 통영해경, 거제 50대 의사 구속

마약류 의약품인 프로포폴을 과다 투여한 40대 여성 환자가 숨지자 사체를 바다에 버리고 자살로 위장하려 한 엽기 병원장이 붙잡혔다.

경남 통영해양경찰서는 28일 업무상 과실치사·사체 유기와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남 거제시의 한 의원 원장 A(57) 씨를 구속했다.

해경에 따르면 A 원장은 지난 4일 오후 3시께 자신의 의원을 찾은 B(여·41) 씨에게 프로포폴을 직접 투여했다. B 씨는 프로포폴을 맞고 수십 분이 지났을 무렵 쇼크로 사망했다. 평소에는 간호사들이 하는 일인데 이날은 간호사 3명이 A 원장과의 갈등으로 출근하지 않았다.

A 원장은 숨진 환자를 주사실에 눕혀 놓고 접수실 직원이 퇴근하길 기다렸다가 승용차 1대를 렌트했다. 렌터카에 사체를 옮긴 A 원장은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다 다음 날 새벽 4시께 통영시 용남면의 한 선착장 앞바다에 사체를 버린 혐의를 받고 있다. A 원장은 또 시신을 유기한 장소 주변에 B 씨가 평소 복용하던 우울증약과 손목시계를 남겼다. 우울증에 의한 자살로 위장하기 위해서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B 씨의 시신은 당일 오후 1시께 통영시 용남면 해상에서 주민이 발견해 해경에 신고했다.

수사에 나선 해경은 사건 현장 주변에서 확보한 CCTV 영상을 통해 비가 많이 내린 새벽시간에 32분간 선착장에 머물다 떠난 차를 발견했다. 조회 결과 A 원장이 렌트한 차로 드러났다. 또 피해자가 지난 5월부터 2개월간 A 원장이 운영하는 병원을 20여 차례 출입한 사실도 확인했다. 해경 수사 결과 A 원장은 증거를 감추기 위해 B 씨 시신을 옮기는 장면이 찍힌 병원 내부와 건물 지하주차장·엘리베이터 CCTV 영상을 모두 삭제했다. 또 피해자 진료기록을 조작해 해경에 제출하며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드러났다.

A 원장은 “환자가 숨지자 겁이 많이 났다. 빚이 있고 경제적으로 어려워 유족들이 손해배상 청구를 할까 걱정이 돼 범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원장은 대체로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환자 사망 당일 프로포폴이 아닌 영양제를 투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경은 B 씨가 병원을 방문할 때마다 하루에 50∼100㏄까지 프로포폴을 투약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위·대장 내시경에는 보통 1∼10㏄가량이 사용된다. 해경은 또 프로포폴을 투약해주고 A 원장이 다른 명목의 병원비로 1회 30만∼50만 원을 받은 것으로 파악했다.

해경은 “A 원장이 다른 사람에게도 의료 외 목적으로 프로포폴을 투약해 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추가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거제경찰서는 자신에게 프로포폴을 불법 투여한(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이 의원 간호조무사 C(여·42)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박현철 기자 phcnew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