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시티 비리’ 1심서 전원 중형…공통 특혜 핵심은 ‘144억 도로’

온천사거리~미포오거리 왕복 4차로 ‘시 부담’ 명시… 해운대구, 증액 요청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
| 입력 : 2017-08-06 23:00:45
| 본지 3면

- 법원, 이영복 일관된 진술 신빙성 인정
- 오는 17일 현기환 항소심 2라운드

부산 해운대 엘시티(LCT) 금품로비에 연루돼 재판을 받은 정·관계 인사 6명이 1심에서 모두 중형을 선고받았다. 엘시티 사건을 전담하는 부산지법 형사5부(심현욱 부장판사)가 공통적으로 실형을 선고한 근거 중 하나는 엘시티 사업장 주변 도로 확장이었다. 부산시 예산으로 도로를 확장한 것을 ‘특혜’로 규정해 뇌물(알선수재)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또 엘시티 시행사 이영복(67·구속기소) 회장의 금품공여 진술은 예외 없이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하면서 정·관계 인사들을 단죄했다.

■ 엘시티 도로 확장 예산이 핵심 특혜

자유한국당 배덕광(69·부산 해운대을) 의원과 허남식(68) 전 부산시장, 허 시장의 고교 동문인 이모(68) 씨의 판결문을 보면 부산시는 2011년 3월 24일 엘시티 사업장 주변 온천사거리~미포오거리 300여 ｍ 구간을 왕복 4차로(폭 15ｍ→20ｍ)로 확장하는 조건으로 엘시티의 건축계획안을 승인했다. 재정은 ‘부산시 부담’으로 명시됐다. 예산은 150억 대 내외로 추산됐다.

당시 시민단체는 “교통량은 엘시티가 유발하는데 왜 부산시가 혈세를 투입하느냐”며 특혜 의혹(본지 2011년 7월 27일 자 1면 보도)을 제기했다.

해운대구는 지난해 3월 부산시에 보낸 ‘국·공유지 무상귀속 협의’ 공문을 통해 도로 확장 예산 30억 원 증액을 요청한다. 실제로 부산시는 지난해 8월 8일 엘시티 도로 확장 사업비를 114억 원에서 144억 원으로 올렸다.

서병수 부산시장의 핵심 참모인 포럼부산비전 김모(65) 전 사무처장의 1·2심 판결문에도 2015년 이 회장이 김 전 사무처장을 엘시티 회장실로 불러 도로 확장 예산 증액을 요구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재판부는 이를 김 전 사무처장의 알선수재죄 인정 근거로 삼았다.

■ 이영복 진술 신빙성과 엄벌 기조

1심 재판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금품을 공여했다는 이 회장의 진술은 상당한 신빙성을 인정받았다. 재판부는 주요 인사의 판결문에 “(이 회장이) 검찰 조사와 1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금품 공여 사실을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며 “뇌물공여죄를 자백해 처벌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허위로 진술할 사정이나 이유는 없다”고 썼다.

부산지검 특별수사부와 유력 법무법인의 치열한 법정 공방에서 검찰이 전승을 올릴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도 여기에 있었다. 1심에서 가장 높은 형량을 받은 배 의원에게 재판부는 “끝까지 혐의를 부인하고 변명으로 일관한다”고 검찰 구형(징역 7년)에 근접한 징역 6년을 선고했다.

검찰과 변호인들은 오는 17일 현기환(58) 전 청와대 정무수석부터 시작되는 항소심에서 2라운드에 돌입한다. 부산고법 형사1부(김주호 부장판사)가 전담하는 이들의 항소심에서도 허남식 전 부산시장 사건이 가장 치열한 법정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허 전 시장은 1심에서 고교 동문 이 씨가 이 회장으로부터 현금 3000만 원을 받은 사실을 이 씨에게 보고받고 사용을 승낙한 혐의가 인정됐다. 허 전 시장은 1심에서 실형(징역 3년) 선고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법정구속을 면했다. 허 전 시장과 현 전 수석은 항소심에서 새로운 변호인으로 방어에 나선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

엘시티 금품비리 연루 정·관계 인사 1심 선고
배덕광 자유한국당 의원	징역 6년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등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	징역 3년6월	뇌물수수·알선수재 등
허남식 전 부산시장	징역 3년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등
이모 사장 허 전 시장 고교동문	징역 2년6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등
정기룡 전 부산시장 경제특보	징역 2년	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 등
김모 씨 포럼부산비전 전 사무처장	징역 1년6월	알선수재 등(항소심도 1심 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