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병원까지 최장 1시간 소요

- 작년 1~8월 이송 월 200건 이상
- 경영악화 후 환자들 갈 곳 잃어

“가까운 침례병원 놔두고 양산까지 가야 한다니 답답합니다.”

	최근 파산한 부산 금정구 남산동 침례병원 전경.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지난달 25일 부산 금정구 구서동의 한 아파트. A(76) 씨가 갑자기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A 씨 가족들이 급하게 119구조대에 도움을 요청했다. A 씨는 5분 거리의 남산동 침례병원을 놔두고 양산부산대병원까지 50여 분 정도 걸려 이송됐다. 환자 가족들에게는 1분1초가 아쉬운 순간이었다. 현재 A 씨는 오른쪽 신체 일부가 마비되고 언어를 구사하는 데 불편을 겪고 있다. A 씨의 사위인 조현정(53) 씨는 금정구의 응급의료 공백에 대해 아쉬움을 털어놨다. 그는 “18년 전 임신 중이던 아내가 급성 맹장염으로 구서동에서 침례병원으로 옮겨져 무사히 치료받은 적이 있다”며 “장인어른의 경우를 보니 응급의료시설 접근성에 따라 환자 상태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을 몸소 느꼈다”고 말했다.

최근 침례병원이 폐업하면서 인구 24만 명인 금정구의 응급의료 공백 사태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6일 부산시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1~8월 매달 200건 이상 응급환자가 침례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러다 침례병원 경영 악화가 알려진 10월 83건으로 줄더니 휴업을 앞둔 지난 1월에는 6건에 불과했다.

침례병원 측이 지난해 9월부터 중환자를 받지 못하겠다고 소방당국에 알렸기 때문이다. 이후 침례병원은 입원환자도 못 받겠다고 통보했고 결국 지난 1월 휴업에 들어갔다. 장기간 휴업 끝에 침례병원은 지난달 법원의 파산 선고를 받았다.

대형 종합병원 폐업으로 한시가 급한 심장·뇌 관련 응급환자들은 골든타임을 놓칠 수밖에 없다. 지난달 22일 금정구 남산동 한 가정집에서는 B(여·88) 씨가 음식물을 먹다가 기도 폐쇄로 인한 심정지를 맞았다. B 씨의 집과 침례병원은 차로 2분 거리였으나 구급대원들은 다른 병원으로 갈 수 밖에 없었다. B 씨는 정체된 중앙대로를 뚫고 10여 분이나 지나서야 동래구 대동병원으로 이송됐다가 결국 숨을 거뒀다.

구급대원들도 침례병원이 사라지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평소 같으면 금정구 관내에서 5분 이내 응급환자를 이송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대동병원이나 양산부산대병원으로 가야 하다 보니 길게는 1시간까지 걸린다. 금정소방서에서 구급차 업무를 맡은 손주환(31) 소방교는 “응급환자를 신속하게 병원으로 후송하는 게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인데 먼 길을 돌아서 응급환자를 이송하다 보니 의료공백의 심각성을 느낀다”고 밝혔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