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30대 찾아내 진술 받아

부산의 한 개시장에서 탈출한 개를 도심 한복판에서 질질 끌고 다니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자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격분한 애견인과 동물단체는 청와대 SNS에 1000건이 넘는 탄원성 글을 올리며 엄정한 처벌을 요구했다.

지난 17일 오후 3시께 A 씨가 부산 북구 구포시장 앞 도로에서 개를 끌고 가는 장면. SNS 캡처

18일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에는 부산 북구 구포시장 앞 도로에서 촬영된 동영상 3개가 유포됐다. 지난 17일 오후 3시께 촬영된 동영상에는 구포개시장에서 일하는 A(33·지체장애 3급) 씨가 목줄을 건 대형 식용견을 왕복 4차선 도로에서 끌고 다니는 모습이 담겨 있다. 영상 속 개는 이날 개시장을 탈출했다가 붙잡힌 것으로 파악됐다.

목격자들은 개시장에서 수백 미터 떨어진 구포역 근처에서 붙잡힌 개가 온몸에 상처가 난 채 대소변이 나오는 상태에서 끌려다녔다고 전했다. 마지막 동영상에는 개시장으로 끌려간 개가 바닥에 축 늘어져 힘없이 꼬리를 흔드는 모습이 담겨 있다.

동영상을 접한 애견인들은 격분했다.인스타그램 청와대 계정에는 1000개가 넘는 민원성 댓글이 올라온 상태다. “대통령님, 구포개시장 동영상을 한 번 봐주세요. 어젯밤 잠도 못 자고 울기만 했습니다” “아이들이 뭘 보고 생명의 가치를 배우겠나. 동물보호법을 강화해달라”는 내용이 많았다.

부산 북부경찰서에도 국민신문고를 통해 50여 건의 진정이 접수됐다. 전영아(36·남구 용호동) 씨는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개를 잔혹하게 끌고 가는 영상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개를 키우지 않지만 정도가 너무 심해 학대의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날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은 구포가축시장의 동물 학대 행위를 수사해 달라고 사이버경찰청에 민원을 접수했다. 동물자유연대 부산지부도 북부경찰서를 방문해 고발장을 제출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A 씨를 임의동행해 조사를 마쳤다. 경찰 조사에서 A 씨는 “탈출한 개가 움직이지 않고 버텨 끌고 간 것”이라며 범행 일체를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 씨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