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입양인 4명 부산 찾아
- “생사라도 알고파 … 연락달라”

현재 미국에서 살고 있는 이연희(여·29) 씨는 1988년 12월 20일 부산 북구에서 태어나자마자 한 사회복지원에 맡겨졌다. 당시 조산아로 출생돼 황달에 걸린 상태였다. 이 씨는 이듬해 7월 미국의 한 가정으로 보내졌다. 이 씨는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 2년 전부터 노력했다. 부모가 부산의 한 신발공장에서 일을 했으며 결혼은 하지 않은 채 이 씨를 낳은 것을 확인했지만 친부모와 연락은 닿지 않았다.

왼쪽부터 이연희 씨, 김영숙 씨, 주명희 씨, 채금지 씨

이 씨는 “입양 당시 그런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던 가족들을 이해한다”며 “만약 가족과 재회한다면 제게 삶을 선물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해외입양연대는 21일부터 31일까지 해외입양인들의 고국방문 행사인 ‘2017 First Trip Home, 고향으로의 첫여행’을 진행한다고 20일 밝혔다. 어릴 적 해외로 입양된 후 한 번도 고국을 방문하지 못한 15명의 입양인을 대상으로 한다. 입양기관과 보육시설을 둘러보고 DNA검사 및 유전자 등록, 친생가족 찾기 등의 프로그램이 예정돼 있다. 지난해에는 입양인 3명이 친부모와 만났다.

올해는 이 씨를 비롯한 부산 출신 4명의 입양인도 고국을 방문한다. 김영숙(여·37) 씨는 1980년 5월 11일 태어난 지 하루 만에 부산남광아동복지회로 인계됐다. 이후 8월 29일 한국사회봉사회를 통해 덴마크로 입양됐다. 김 씨가 아는 부모에 관한 정보는 당시 친모가 17살이었다는 것 뿐이다.

1979년 11월 5일 출산과 동시에 부모가 떠나 당시 산부인과 의사였던 주명숙 씨의 보호를 받던 주명희(여·38) 씨는 1989년 1월 24일 노르웨이로 입양됐다. 현재 스페인에서 공연안무가로 활동 중인 주 씨는 “친부모님이 어떤 분이셨는지 너무 궁금하다. 꼭 부모님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채금지(여·32) 씨는 1985년 6월 13일 부산에서 태어났다. 채 씨 역시 출산과 동시에 부모가 떠나자 같은 해 8월 22일 덴마크로 입양됐다. 채 씨는 로펌에서 법률사무원으로 근무 중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953년부터 지난해까지 해외 입양아는 총 16만7710명이다. 전체 입양자 중 67%가 1970~80년대 산업화 시기에 해외로 입양됐다.

해외입양인연대 관계자는 “입양인들에게 모국 방문은 자신의 정체성과 뿌리를 찾는 중요한 일”이라며 “당장 만날 상황이 안 되더라도 자녀들이 생사여부나 기본적 가족사항만이라도 알 수 있도록 꼭 연락해달라”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