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정모(34·부산 북구 덕천동) 씨는 지난 20일 밤 운전을 하다가 앞서가던 차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주변이 어두워 상향등을 켜자마자 앞차 뒷유리에서 귀신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정 씨는 “밤길을 가던 중 앞차에서 귀신이 나와 기절할 뻔했다. 다행히 서행 중이어서 사고는 나지 않았는데 고속 운전을 했더라면 위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일 부산 사하구 괴정동에서 ‘귀신 스티커’를 뒷유리에 부착하고 운행 중인 차량. 독자 송성민 씨 제공

정 씨가 본 귀신은 차 뒷유리에 붙이는 ‘귀신 스티커’이다. 일명 ‘상향등 복수 스티커’로도 불린다. 뒤차가 상향등을 켜면 귀신 형상이 나타나게 하는 특수 스티커다. 상향등 사용이 빈번한 중국에서 등장해 인기를 끌다가 최근 한국에 상륙했다. 현재 인터넷 쇼핑몰에서 장당 4000~1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하기에는 너무 위험한 것이 문제다. 갑작스러운 ‘귀신 출현’에 놀란 뒤차 운전자가 사고를 낼 가능성이 높다. 부산 강서경찰서 임성배 경비교통과장은 “고속 운전 중 놀라서 핸들을 꺾으면 피시테일(fishtailing·물고기 꼬리지느러미처럼 차체 뒤쪽이 좌우로 흔들리는 현상) 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 굉장히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사정이 이렇지만 뚜렷한 제재 근거는 없다. 방향지시등과 같은 등화장치나 번호판에 붙인 스티커는 단속 대상이지만, 차량 유리에 스티커를 붙였다고 해서 처벌하기는 어려운 탓이다. 처벌한다고 하더라도 상향등을 비췄을 때만 귀신 형상이 나타나는 탓에 단속이 어렵다.

부산경찰청 담당자는 “도로교통법 42조에는 욕설이나 음란행위 묘사 등 타인에게 혐오감을 주는 도색이나 표시는 금지돼 있다. 신고가 들어오면 단속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