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청년의 목소리를 시정에 반영하기 위한 ‘청년정책 프러포즈’가 지난 23일 부산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서병수 부산시장과 실·국장, 청년 150여 명은 밤 10시30분까지 2시간 넘게 열띤 분위기 속에 의견을 주고받았다. 청년들이 자신에게 필요한 정책을 직접 기획해 행정에 전달한 것은 처음이다. 다소 서툴지만 민관협치의 기본 토대를 닦았다는 평가다.

　부산 청년정책네트워크(청정넷)는 주거와 복지, 일자리 등 8개 분과별 정책 제안을 맡을 청년위원 62명을 선발해 지난 2월 중순부터 활동을 벌였다. 지난 6개월 간 논의를 거친 정책들이 쏟아졌다.

　교육분과는 ‘아인교-아주 특별한 인생 교육’ 정책으로 ‘온라인 강의 통합 서비스’ 정책을 제안했다. 부산 청년들이 양질의 오프라인 강좌를 온라인에서 들을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강미라 시 평생교육팀장은 “정책으로 추진하겠다. 청년이 원하는 강좌를 오프라인에서 쉽게 들을 수 있게 ‘청년전담 학습 매니저’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시와 청년간 소통이 부족했다는 것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이미 시행 중인 정책이지만 청년이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건강 정책이 그랬다. 보건 분과는 “시간과 돈이 없어 건강관리에 소홀한 청년에게 ‘운동바우처’를 지급해달라”고 요청했다. 시가 지급한 쿠폰을 제시하면 언제든 원하는 운동을 즐길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안병선 시 건강증진과장은 “누구나 보건소에 건강 강좌 개설을 요구할 수 있는데 현재 노인만 이를 활용한다. 청년이 적극적으로 나서주면 원하는 스포츠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 추진 중인 정책의 보완 필요성도 제기됐다. ‘청년디딤돌카드’ 부분이다. 구직활동비로 매월 50만 원(1년 최대 240만 원)을 체크카드로 지원받는 것이다. 현재 월 수익이 중위소득 80% 이하의 청년만 대상이다. 기본소득 분과는 “구직 청년 대다수가 최저생계비 이하의 소득도 없다. 청년이라면 누구나 조건 없이 수혜 대상이 될 수 있는 기본소득 개념을 도입해 최소 중위소득 150%로 범위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강 씨는 카드 사용 후 비용을 보전하는 현재 방식을 ‘비용 선지급’으로 바꿔줄 것도 제안했다. 심재민 시 비전추진단장은 “소득 기준 확대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 선지급은 다른 용도로 쓸 우려가 커 당장 어렵다”고 말했다.

　엄창환(32) 부산청정넷 지원단장은 “청년의 목소리에 진지하게 귀 기울이려는 토대가 드디어 마련됐다”면서도 “제안이 실제 정책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청년 간담회 등의 협의 절차가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병수 시장은 “생각하지도 못한 이색 아이디어가 나와 정책을 수립하는 것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화영 기자 hongda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