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익 일정점수 미달 땐 응시제한
- “공정한 선발 위한 최소의 기준”

- 수험생 “운전·토목 직무와 무관”
- 업무 비슷한 코레일은 요구 안해

정부가 도입한 블라인드 채용 기준이 공공기관별로 달라 혼선을 빚고 있다. 부산 공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블라인드 채용에 나선 부산교통공사는 토익 기준 600점 이상만 응시자격을 준다. 반면 비슷한 직종을 선발한 코레일은 직무 연관성이 낮다며 영어 점수를 요구하지 않았다.

부산교통공사는 지난 17~23일 신입사원 채용 원서접수 결과 97명 모집에 4709명이 응시했다고 24일 밝혔다.

67명을 선발하는 공개경쟁의 경우 최근 2년 이내 토익 600점과 토플 68점(텝스 482점) 이상을 취득한 자만 응시 자격이 부여된다. 토익의 경우 600~695점이면 가산점이 없고 ▷700~895점은 필기점수의 0.04~1.95% ▷900점 이상이면 2%의 가산점을 부여한다. 장애인(11명)과 경력경쟁(19명)은 제외다.

한 응시생은 “블라인드 채용의 취지가 직무와 상관없는 자격증이나 스펙을 요구하지 않는 것 아닌가. 운전·토목·기계·전기·신호·운영직을 뽑는데 어학 능력은 왜 따지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지난 7월 행정안전부도 ‘지방공기업 블라인드 채용 가이드라인’을 통해 어학 성적은 해외·국제 업무 부문만 요구하고 출신지나 학력은 이력서에 기재해선 안 된다고 권고했다.

코레일도 올해부터 정규직 채용 때 어학 성적을 전면 배제했다. 교통공사와 비슷한 업무를 하는 사무(운영)나 운전·차량·토목·건축·전기통신 업무의 수행 능력과 어학 능력이 큰 연관을 가지지 않는다고 봤기 때문이다.

코레일 채용 담당자는 “우리가 뽑는 직무와 외국어 능력이 큰 연관을 두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어학 능력이 필요한 해외사업단·국제협력처 인력을 선발할 때만 외국어 구사능력을 본다. 외국어 능력이 부족하면 외국어 강의를 지원해 준다”고 설명했다.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나온다. 한국교통대 4학년 김준형(24) 씨는 “코레일 기관사에 지원하려면 영어가 필요 없는데 부산교통공사에 지원해 가산점을 받으려면 예전처럼 영어공부에 상당한 공을 들여야 한다. 아직도 재학생의 절반 정도는 어학 공부를 위해 유학을 가거나 휴학을 하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반면 교통공사 측은 공정한 선발을 위해서라도 어학능력을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채용 담당자는 “요즘 지하철에 외국인 손님이 많이 방문한다. 또 해외 사업도 있어 일정 수준의 외국어 능력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또 “수많은 응시자의 우열을 가리려면 ‘최소한의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