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가해자에 1차 폭행 사실
- 경찰 당시에 제대로 조사 안 해
- 피해자 부모 “신고 알려져 보복”
- 소년법 폐지 청와대에 시민청원

지난 1일 부산 사상구에서 피투성이가 되도록 폭행당한 여중생(본지 4일 자 8면 보도)이 두 달 전에도 가해 여중생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 학생의 부모는 당시 고소를 했으나 경찰의 미온적인 수사 탓에 2차 폭행이 발생했다고 주장해 파문이 증폭됐다. 청와대 홈페이지도 가해 학생들의 처벌 수위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부산의 여중생들이 지난 1일 또래를 폭행하기 이전인 지난 6월에도 피해 여중생을 폭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여중생들이 피해자를 폭행하는 모습. CCTV 캡처

4일 부산 사상경찰서에 따르면 피해 학생인 A(14) 양의 부모는 지난 6월 30일 여중생 5명을 폭행 혐의로 고소했다. A 양 부모는 당시 딸이 폭행을 당해 눈에 피멍이 들었다고 주장했다. A 양의 부모가 신고한 여중생 5명에는 지난 1일 A 양을 폭행한 정모(14) 양과 김모(14) 양도 포함됐다.

경찰은 가해 학생들이 지난 1일 오후 8시30분에도 A 양을 사상구 엄궁동의 으슥한 곳으로 불러내 1시간30분 동안 폭행했다. A 양은 의자·유리병·알루미늄 사다리와 공사 자재로 100여 차례 맞아 입안 2곳과 머리 3곳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당시 현장에는 가해 학생 2명 이외에도 3명이 더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3명 중 2명도 폭행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나 공동상해 혐의로 입건됐다.

두 차례에 걸친 여중생 폭행 사건을 두고 경찰의 부실한 수사가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해자 측은 지난 6월 경찰에 신고한 사실이 가해자에게 알려져 보복을 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이 지난 1일 폭행사건 원인으로 “가해자들이 A 양의 태도가 버릇 없다는 이유로 폭행했다”고 설명한 것과는 다른 범행동기였다.

경찰 관계자도 “6월 폭행 때 피해자와 가해자가 처음 만났다. 두 번째 만난 자리에서 폭행이 또 있었던 것으로 확인했다”고 정정했다.

두 달 전에 신고된 사건은 수사가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 경찰은 피해자 측에 출석요구서를 3회 보내고 집과 학교를 직접 찾아가 총 7차례의 접촉을 시도했지만 피해자 진술을 받을 수 없어 수사 진행이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가해자가 성인이었다면 즉각 강제수사를 했을 것”이라고 “피해 여중생에게는 스마트워치를 지급하고 부모와는 핫라인을 구축한 뒤 학교폭력전담경찰의 보호를 받게 했다”고 밝혔다.

폭행 사건이 알려지자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소통 광장 ‘국민 청원과 제안’ 코너에는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보호법을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소년법 폐지를 주장하는 청원 글이 게시됐다. 해당 청원은 게시된 지 이틀 만에 4만3000명이 넘는 누리꾼의 추천을 받았다.

경찰은 “가해자들이 청소년들이어서 신병처리를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다함께 성·가정상담센터 이정희 소장은 “1차 폭력이 발생했을 때 학교폭력위원회에 알렸어야 했다. 경찰이 가해 학생들의 학교에도 알리지 않고 폭행 신고를 너무 안일하게 처리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봉기 기자 superch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