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프라 구축에 5500억 투입
- 연구개발 예산 내년 427억 배정
- 국고지원 눈덩이처럼 불어날 듯
- 정부 “국고·건보료로 충당 가능”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치매 인구는 69만 명으로 추산된다.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치매 환자는 오는 2050년에는 271만 명(유병률 15.1%)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치매 환자가 증가하면서 사회적 부담도 함께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치매환자 1인당 관리비용은 2015년 기준 2000만 원 수준이었다. 전체 치매 환자에게 드는 비용은 국내총생산(GDP)의 0.9% 정도인 13조2000억 원이었다. 2050년에는 치매 관리 비용이 GDP의 3.8%에 달하는 106조5000억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18일 정부가 내놓은 ‘치매 국가책임제 추진 계획’은 한 가정을 파탄으로 내모는 치매를 예방하고 진단·상담·의료지원·돌봄을 국가가 책임지는 종합 대책이다. 결국 재원이 관건이다. 정부는 인프라 구축·운영 비용을 매년 국비와 지방비로 지원하고, 치료비는 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 재정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 치매 국가책임제가 이뤄지면

70세 남성 A 씨는 ‘경도 인지장애가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막막해하던 A 씨는 오는 12월부터 전국 252개 보건소에 설치되는 치매안심센터에서 1 대 1 맞춤 상담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혼자 사는 84세 할머니 B 씨는 치매 노인이 도움을 받을 주간보호시설을 이용하려고 장기요양 등급을 신청했으나 등급 외 판정을 받아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B 씨는 내년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통해 장기요양등급을 받고 주·야간보호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83세 남성 C 씨는 알츠하이머 치매뿐만 아니라 다른 노인성 질환도 앓고 있어 입원과 퇴원을 반복 중이다. 이에 따른 비용이 연간 200만 원이나 된다. C 씨가 부담할 의료비는 앞으로 연간 200만 원에서 77만 원으로 줄어든다. 정부가 중증 치매환자의 의료비 본인 부담률을 4대 중증질환과 같은 수준인 10%로 낮추는 대책을 내놓은 덕분이다.

이와 함께 앞으로는 정부가 시행하는 국민건강검진을 통해 2년에 한 번씩 무료로 인지장애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종전에는 66세부터 4년마다 검사를 받을 수 있었고 1차로 간이검사를 한 뒤 이상이 발견될 때만 15개 항목의 인지장애 검사를 받았다.

■ 치매 환자 관리비용 ‘눈덩이’

이날 발표된 ‘치매 국가책임제’는 전국 각 지역에 치매안심센터와 치매안심요양병원, 요양시설 등 인프라를 구축하고, 치료비의 90%를 국가가 지원하는 게 골자다. 이 때문에 앞으로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보건복지부는 치매안심센터와 치매안심요양병원, 요양시설 등 인프라 구축과 운영을 지원하는 데 올해 추경에서 2023억 원, 내년 예산에서 3500억 원 등 총 5500억 원을 투입했다. 연구개발 예산도 내년 427억이 배정됐다. 치료비의 경우 현재 병원이나 항목에 따라 20∼60%인 치매 본인 부담률은 다른 4대 중증질환과 마찬가지로 산정 특례를 적용해 10%로 낮췄다. 정부는 지난달 이런 내용이 포함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오는 2022년까지 총 30조6000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건강보험 적립금 20조 원과 국고 지원 등으로 이를 충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보장성 강화와 고령화로 보험료가 오를 수밖에 없지만 최근 10년간 평균 인상률인 3%대를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김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