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6개월간 2311건 신고
- 자진신고가 훨씬 더 많아
- 식사비 축소·접대관행 변화
- 공직사회 ‘3·5·10’ 정착

“김영란법이요? 대환영입니다. 명절을 앞두고 상급자에게 선물을 하곤 했는데 지금은 안 해요. ‘3만 원(식사)·5만 원(선물)·10만 원(부조) 기준’이 있으니까 불필요하게 돈을 쓸 일도 줄었어요.”

부산 동구 공무원 A(48) 씨의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 1주년에 대한 평가다. 추석 연휴를 앞둔 공직사회도 “손은 가벼워졌는데 마음이 편해졌다”는 반응이 많다. 김영란법이 큰 범죄를 잡는 효과는 작아도 ‘생활 속 청렴 가이드라인’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김영란법의 취지인 내부 고발 활성화와 청렴 문화가 조금씩 정착 중”이라고 분석한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김영란법 시행 6개월째인 지난 3월까지 전국 2만3852개 공공기관에 접수된 부정청탁 신고는 2311건이었다. 금품수수 신고 412건 중 자진신고(255건·65%)가 제3자 신고(157건·38%)보다 많았다. 권익위는 “음료 상품권부터 현금 2000만 원까지 반환·자진신고가 많다”고 설명했다.

부산시의 경우 김영란법 위반 신고는 한 건도 접수되지 않았다. 그 대신 직무 연관 행사에서 어느 정도의 금품(식비·교통비)을 받아도 되는지 또는 초청자에게 얼마를 지급해도 되는지 문의하는 상담이 380회 진행됐다.

김영란법 위반으로 처벌된 경우도 있다. 부산시교육청은 지난 1년간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4건을 적발했다. 지난해 12월 부산 B고교가 야구부원 16명에게 지급한 장학금 100만 원 중 일부를 돌려받아 코치 퇴직 위로금으로 지급하려 한 정황을 포착하고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교직원이 학부모가 준 경조사비를 반환하고도 신고하지 않아 경징계 처분을 받기도 했다.

접대 관행도 바뀌고 있다. 부산의 한 국립대 교직원은 “접대를 아예 거절하거나 식사비가 1인당 1만 원에 그칠 때도 있다”고 말했다. 한 공기업 임원은 “규정상 6만 원 이상 법인카드를 쓰면 참석자까지 밝혀야 한다. 과잉 접대는 물론 접대 자리도 줄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외식업과 화훼업은 여전히 고민이 많다. 부산 동래구 명륜동 일신초밥 김재웅 대표는 “공직자들이 발길을 끊은 탓에 경영이 어려워 지난 6월 직원 20명에게 퇴직금을 주고 폐업했다”고 말했다. 황일규 부산경남화훼연합회장은 “가격이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대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김용철 한국반부패정책학회장(부산대 행정학과 교수)은 “공직사회만큼은 자율 준수 분위기가 정착됐다. 김영란법은 청렴사회를 향한 선언적인 의미가 크다. ‘3·5·10’준수를 넘어 사회 전반으로 청렴 분위기가 확산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