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정보 공개와 지역 사회의 동의가 없으면 어떠한 갈등도 풀 수 없습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만난 연방정부 산하 ‘블루리본 위원회’ 티모시 프레지어 사무원의 말이다. 블루리본은 미국판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를 일컫는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99기의 원자력발전소를 가동 중인 미국도 새 원자로 건설부터 폐로·사용후핵연료 처리까지 고민이 많다. 우리나라처럼 정치권은 물론 지역사회의 찬반 갈등도 크다.

미국 뉴욕주 인디언포인트 원전 폐쇄가 대표적이다. 앤드류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올해 1월 신년 연설에서 “웨체스터 카운티에 있는 인디언포인트 원전 2기를 오는 2021년 4월까지 모두 가동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인디언포인트는 미국 최대 도시인 뉴욕시에서 북쪽으로 25마일밖에 떨어지지 않아 대형사고에 대한 불안감이 컸다는 점에서 부산과 비슷하다. 뉴욕주 정부는 미국원자력규제위원회(NRC)가 2013년 노후 원자로의 수명을 20년 연장하려 하자 소송을 제기해 폐쇄를 이끌어냈다.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장 건설 역시 지지부진하다. 미국은 1982년 네바다주 유카 마운틴을 후보지로 선정했다. 오바마 정부는 2013년 영구처리장 면허를 중단시키고 ‘미국 원자력 미래를 위한 블루리본’을 조직해 공론화 과정을 진행했다. 반면 트럼프 정부는 2018년 회계연도 예산안에 영구처분장 건설 예산 1억2000만 달러를 반영했다. 네바다주는 연방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이다.

미국이 우리나라보다 나은 것은 정보 투명성을 높이려는 시도다. 펜실베이니아의 경우 일본 후쿠시마 참사를 계기로 지방정부가 원자로 내부를 실시간 들여다보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프랑스는 2006년부터 지역주민정보공개위원회에 기밀 정보 열람권을 부여했다.

부산시 이창호 원자력 안전과장은 “미국도 에너지 정책을 연방정부가 주도하려다가 지역 사회의 반발에 부딪힌 경우가 많다. 신고리5·6호기 공론화위 활동이 끝나는 연말께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를 가동할 예정인 우리나라가 타산지석으로 삼을 대목이 많다”고 말했다.

워싱턴DC=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