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장 위험 없지만 관찰필요
- 전문가 “건축허가 강화를”

부산 사하구의 하단동의 한 오피스텔이 눈에 띌 정도로 기울어져 입주민들이 대피한 데 이어 가까운 건물 3곳도 지반침하와 기울어짐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연약지반에 대한 조사가 없어도 건축허가를 받을 수 있는 제도적 허점이 이런 사태의 한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26일 부산 사하구 하단동 D 오피스텔이 45cm가량 기울어진 상태로 위태롭게 서 있다(맨 왼쪽). 나머지 사진들은 이 오피스텔 인근 주변 건물 3곳에서 지반침하와 기울어짐 현상이 나타난 모습.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부산 사하구는 지반이 내려앉은 하단동 D 오피스텔 주변 건물을 지난 22일부터 조사한 민간 전문가의 안전점검 의견서를 26일 발표했다. 올해 2월 사용승인을 받은 D 오피스텔은 지난 14일부터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해 현재는 건물 꼭대기에서 바닥까지 가상의 선을 그었을 때 원래 있어야 할 위치보다 꼭대기가 45㎝ 이동한 상태다.

이날 공개한 안전점검 의견서를 보면 D 건물 주변 3개 건물에서 땅 꺼짐과 건물 기울어짐 현상이 확인됐다. D 오피스텔에서 약 50ｍ 떨어져 있는 M 빌라는 지반이 내려앉아 뒤편으로 기울었다. M 빌라와 같은 골목에 있는 D 빌라와 J빌라는 각각 오른 편과 왼편으로 기울었다.

전문가들은 의견서에서 ‘건물 세 곳 모두 기울어짐 진행이 멈추고 위험요소도 보이지 않지만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해당 주택가 일대가 연약지반이기 때문에 건축허가를 할 때 행정지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건축 전문가들은 건물 기울어짐의 원인 중 하나로 지반 조사를 꼽는다. 사하구 건축과에 따르면 자치단체는 건축사가 제출하는 ‘건축허가조사 및 검사 조서’를 검토해 건축 허가를 내준다. 이때 지반 조사 결과를 첨부할 의무가 없다.

실제 연약지반에 세워진 D 오피스텔의 경우도 지반 상태를 조사한 내용은 반영되지 않았다. 하단 1·2동 일대는 1985년부터 1990년까지 낙동강 하구 모래톱을 매립해 조성된 지역이다.

동아대 강원호 교수(토목공학과)는 “대형아파트 공사처럼 깊은 암반까지 파일을 박았다면 건물이 기울어지는 사고는 없었을 것”이라며 “오피스텔 등 소형 건물은 감리도 비교적 허술한 데다 값싼 공법으로 짓다 보니 지하수 흐름 변동 등의 돌발사태가 불거진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국회의원도 “연약지반인 지역에 건축허가를 내줄 때 별도의 매뉴얼을 만들 필요가 있다”며 공법 제한 등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사하구는 D오피스텔 주변 200세대 규모 공동주택 신축공사장의 건축주를 사하경찰서에 고발했다. D오피스텔 사고 원인을 확인하던 중 해당 신축공사장에서 착공신고도 하지 않고 터파기 공사를 진행한 것으로 파악했다. D 오피스텔 세입자 16세대는 사고가 발생하자 모두 이주한 상태다.

김봉기 기자 superch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