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일 발인 후 인천 추모관 안치

3년 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온 세월호 희생자 고 이영숙(여·54) 씨의 장례가 부산에서 치러진다.

조문객들이 13일 부산시민장례식장에 마련된 세월호 희생자 고 이영숙(여·54) 씨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정철욱 기자

13일 오후 부산진구 시민장례식장에서는 고인의 외아들 박경태(31) 씨가 조문객을 맞이했다. 한마디 한마디에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이 묻어났다. 박 씨는 “어머니와 전혀 예상치 못한 이별을 한 탓에 장례식을 앞둔 어젯밤에는 한숨도 자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이날 오전 목포 신항에서 어머니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영결식을 치렀다. 장례는 박 씨가 어린 시절을 보냈고 친인척이 있는 부산에서 치르기로 했다.

인천에서 홀로 살던 어머니는 제주도에서 일하던 아들과 함께 살려고 이사하는 날 세월호에 승선했다. 박 씨는 “먹고살려다 보니 어머니와 떨어져 지낸 때가 많았다. 내가 제주도에 자리를 잡고 어머니가 놀러 오셨을 때 굉장히 좋아하셔서 몇 달을 지내기도 했다. 함께 살려고 큰 맘을 먹고 이사를 오다 이런 일이 일어나 오랫동안 괴로웠다”고 말했다.

세월호가 침몰한 날 박 씨는 어머니가 이삿짐만 배편으로 보낸 줄로만 알고 있었다. 어머니가 평소 배를 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다음 날 이삿짐 포장을 도와줬던 어머니의 지인에게 어머니가 세월호에 승선하셨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진도로 내려가는 길은 박 씨에게 생에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

지난 5월 22일 세월호 3층 선미 좌현에서 어머니의 유해가 발견되기까지 고통의 시간은 3년이나 이어졌다. 구명조끼를 입은 채 흩어지지 않은 유해를 보면서 ‘조금 더 빨리 찾을 수 있지도 않았나’는 생각도 해봤지만 이제는 어머니가 남은 가족을 위해서 온전한 모습으로 돌아 오신 것이라 생각하며 감사하는 마음만 가지려 한다.

박 씨는 남은 미수습자 가족과 함께 목포항을 떠나려는 마음으로 여태껏 장례를 미뤘다. 박 씨는 “최선을 다해준 수색 구조팀과 함께 버텨준 미수습자 가족들, 힘을 주신 국민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남은 미수습자 가족을 위해서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장례식장에는 국무총리실 이상식 민정실장이 국무총리 지시로 조문을 와서 “할 수 있는 지원을 다하겠다”며 유족들을 위로했다. 유족들은 15일 오전 발인을 마친 후에 인천가족공원에 마련된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에 고인의 유해를 안치한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