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억 년 지구사에서 마지막 빙하기는 약 5만 년과 1만여 년 전 사이다. 베링해협은 수위가 낮아지며 얼음 육교(陸橋)가 되기도 했다. 이때 시베리아의 북방계 몽골로이드들이 육교를 건너 알래스카로 건너갔다. 1만~2만 년 전쯤 일이다. 따뜻한 아래쪽으로 내려가 북미와 남미 원주민이 되기도 했지만 그냥 눌러 산 사람들도 있었다. 에스키모(Eskimo)다.

에스키모는 시베리아, 알래스카, 캐나다 북부, 그린랜드에 사는 북극권 원주민이다. 그 어원에 대해 설이 많다. 날고기를 먹는 사람이라는 설도 있다. 비하하는 뜻이라 에스키모라고 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한다. 하지만 에스키모들도 그 뜻이 무엇인지 잘 모를 수 있다. 외지인의 이런저런 말을 듣고 에스키모라는 낱말에 반감을 가질 수도 있다. 에스키모도 여러 종족이 있으니 딱 맞는 답은 없다. 문제 소지가 있을 에스키모보다 더 편한 말이 사람이란 뜻의 이누이트(Inuit)다. 역시 북극권 원주민이다. 뒷축 없는 가죽구두인 모카신, 무동력 소형 배인 카약, 방한용 상의인 파카 등의 낱말은 이누이트어에서 왔다.

모스크바의 호스텔에서 시베리아에서 온 단체관광객을 본 적이 있다. 대개 키가 작고 사지도 짧고 몸통이 크며 얼굴이 넓고 눈이 가는 이누이트들이었다. 극한 지역에 적응한 모습일 뿐 우리랑 같은 몽골로이드임을 알았다. 또 우연히 알래스카 이누이트의 전통 음악을 들은 적이 있다. 우리 사물놀이보다 질박했지만 리듬이 꽤 비슷했다. 그렇게 우리도 이들과 혈통, 모습, 언어, 음악 등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 세상 큰 이치다.

박기철 경성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