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금니아빠’로 알려진 이영학 씨의 신상이 공개된 것과 관련해, 한겨레가 “공개가 공익에 도움이 되는지는 의문이며 언론도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취지의 기사로 눈길을 끌었다.

사진=이영학. 연합뉴스

한겨레는 최근 토요판 기사에서 “경찰은 여중생인 딸의 친구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어금니 아빠’ 이아무개(35) 씨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했다”며 해당 사안을 언급했다.

보도에 따르면 경찰이 이 씨의 신상을 공개한 것은 지난 12일의 일로, 이 씨는 전날 혐의를 시인하고 현장 검증을 마친 상태였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8조의 2(피의자의 얼굴 등 공개)는 “△범행이 잔인하고 △증거가 충분하고 △국민의 알 권리 보장 및 공익에 필요한 경우 피의자의 얼굴이나 이름, 나이 등 신상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2010년 4월 만들어진 피의자 신상 공개 조항에 대해 한겨레는 “국민 알 권리와 범죄예방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게 법 개정 찬성의 이유”였다며 “범죄자로 확정되지 않은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면 의도와 무관하게 범인으로 낙인찍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반대도 있었지만 여론을 등에 업은 정부와 여당의 기세를 누를 순 없었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알 권리’가 의문의 범주로 삼을 수 있는 정보의 범주가 ‘공적 정보’여야 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 씨의 얼굴과 이름이 공적 정보에 해당하는지도 의문 (중략) 어금니 아빠의 이름과 얼굴을 확인한 시민들에게 어떤 공익이 발생했는지. 어금니 아빠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해서 이익을 얻는 쪽은 누구인가”라고 반문했다.

또 인권 운동가와 대학 교수를 인용해 “(경찰이) 초기 대응에 문제가 많았다는 지적이 많은데, 신상 공개를 통해 ‘나쁜 놈’에 대한 증오를 집중시켜 자신들의 잘못을 숨기려는 의도”라거나 “범죄에 대한 국민의 울분을 해소시켜 관심을 돌리려는 목적”일 수 있다고 환기했다.

이어 언론이 이 씨의 정보를 공개한 것과 관련해 “어금니 아빠의 사연을 미담으로 포장하느라 사실 확인에 소홀했던 책임에서 언론도 자유로울 수 없다”며 “2009년 조두순 씨의 신상 공개 보도 당시 “106만명이 클릭했다”며 자랑했던 <중앙일보> 사례에서 보듯 ‘클릭 장사’를 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중략) 어금니 아빠나 그 가족이 명예훼손 소송을 걸 가능성도 거의 없으니 딱히 공개 ‘못 할’ 이유가 없다”고 봤다.

해당 기사는 지난 21일 자 토요판 <‘어금니 아빠’ 얼굴 공개? 그들이 말하는 ‘알 권리’에 현혹되지 마세요>라는 제목으로 지면에 실렸다. 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