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 장수가 1억 7000만 원대 기부천사가 됐다.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부산 건강식품·의료기기 기업인 현대메디팜의 주기영(46·사진) 대표가 최근 서울에서 열린 ‘대한민국 나눔국민대상’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고 23일 밝혔다. 이는 나눔과 사회공헌으로 사회통합에 이바지한 기업과 유공자를 포상하는 것이 취지로 국내 나눔 분야 최고 상이다.

앞서 지난달 주 대표는 부산시 사회공헌장 수상자로 선정됐다.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기업이 아닌 개인이 나눔 대상 대통령 표창을 받는 것은 부산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어린 시절 주 대표는 남구 문현동 넓이 20㎡(6평) 슬레이트집에서 여섯 식구와 살았다. 후두암에 걸린 어머니는 어려운 집안 형편 탓에 제대로 병원에 가지 못하고 주 대표가 중학교 2학년 때 세상을 떠났다. 목수였던 아버지도 폐결핵을 앓아 생계유지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주 대표가 희망을 잃지 않았던 것은 주위 도움이 있어서였다. 명절과 연말이면 동 주민센터에서 밀가루와 쌀을 나눠줘 끼니를 해결할 수 있었고, 주 대표를 비롯한 4남매는 고교까지의 학비를 내지 않고 정규 교과과정을 마쳤다. 주 대표는 고교를 졸업하자마자 화물차에서 생선과 과일, 두부 등 돈 되는 것을 닥치는 대로 팔았다. 2년 동안 자금을 모아 1993년 넓이 1.5㎡ 규모의 영지버섯 진액 가게를 열었다.

형편이 조금 나아지자 받은 것을 돌려주려고 후원에 나섰다. 1993년 반지하 방에서 아픈 엄마와 어린 동생을 돌보는 한 소녀의 사연을 라디오에서 들은 주 대표는 이 소녀를 수소문해 3년 동안 쌀과 교육비를 대줬다.

이후 주 대표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월드비전 등 지역 복지기관을 통해 기부활동을 왕성하게 벌였다. 2012년에는 공동모금회의 전국 100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 됐다. 주 대표는 이렇게 해서 24년간 260회에 걸쳐 1억7500만 원어치를 기부했다. 주 대표는 “늘 부족하다고 생각하는데 큰 상을 받게 돼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