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금융계의 상징적 인물인 이장호(70) 전 BS금융지주 회장이 부산 해운대 엘시티(LCT) 금품비리 등으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공소사실 모두를 유죄로 인정하면서 이 전 회장이 엘시티 이영복(67·구속기소) 회장에게서 수수한 상품권과 서예작품에 포괄적 대가관계가 인정된다는 점을 판시했다.

부산지법 형사5부(심현욱 부장판사)는 업무상 횡령 및 금융지주회사법 위반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이 전 회장에게 27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이 전 회장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1심이 인정한 범죄사실을 보면 이 전 회장은 “대출관계 등 엘시티 사업에 도움을 달라”는 청탁과 함께 상품권 250만 원(금융지주회사법 위반)과 중국 유명 서예가의 작품 1200만 원(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을 수수했다.

법원은 “엘시티 시행사와 BS금융지주(현 BNK금융지주) 및 부산은행과의 관계 등을 종합할 때 이러한 이 전 회장의 수수행위는 직무와 관련한 청탁과 함께 전체적이고 포괄적인 대가관계가 있는 것으로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한편 이 전 회장은 부인을 지인인 건설업자가 운영하는 회사 직원인 것처럼 꾸며 급여 명목으로 3720만 원을 받은 혐의(업무상 횡령)는 인정했다.

재판부는 “국내 유수의 금융기관장으로, 국민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금융기능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도덕성과 준법의식이 요구되지만 이러한 범행을 저질러 죄책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다만 이영복에게 적극적으로 상품권과 서예작품을 요구하지 않았고, 서예작품을 개봉하지 않은 채 지인에게 교부한 점, 오랜 기간 금융인으로 성실히 근무한 점 등을 고려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 전 회장은 ▷2006∼2012년 부산은행장 ▷2011∼2013년 BNK금융그룹의 전신인 BS금융지주 회장 ▷2013∼2015년 BS금융지주 고문을 지냈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