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이사장으로 있는 사학 재단에 교사로 취직하기 위해 채용비리를 저지른 교사가 징역 2년에 처해졌다. 시험지를 빼돌리고 채점지를 조작해 비리에 가담한 대학 교수와 아버지는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2단독(판사 강순영)은 자신의 아버지가 이사장으로 있는 훈성학원 산하 계성여자상업고등학교에 정교사로 취직하기 위해 채용 비리를 주도한 혐의(업무방해)로 기소된 김모(41) 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6일 밝혔다. 또 시험 문제를 빼돌리고 점수를 조작하는 등 채용 비리에 관여한 경성대 교수 A 씨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비리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하고 범행에 도움을 준 경성대 교수 B 씨에게는 벌금 1500만 원을 각각 선고했다. 김 씨의 아버지이자 훈성학원 이사장인 C 씨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1심이 인정한 범죄사실을 보면 김 씨는 2014년 12월 C 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훈성학원의 산하 계성여상에 정교사로 취직하기 위해 아버지와 모의한 후 자신의 논문 지도교수였던 A 씨이게 “교사로 채용될 수 있도록 필기 시험 출제와 평가위원장을 맡아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A 씨는 김 씨에게 사제관계인 것이 차후 문제가 될 소지가 있으니, 해당 직은 B 교수로 하고 실제 출제와 채점은 자신이 도맡겠다고 했다.

A 씨는 자신의 연구실에 김 씨를 불러 필기 시험 문제를 사전에 유출했고, 이로 인해 김 씨의 필기 점수가 너무 높게 나오자 다른 지원자와 점수 차를 고려해 김 씨의 점수를 적당히 조정하기도 했다. 아버지 C 씨는 2차 실기·평가위원은 훈성학원 소속 교사로만 구성했다. 결국 실기와 면접에서도 높은 점수를 취득한 김 씨는 전체 2위로 합격해 2015년 3월 계성여상 정교사로 임용됐다.

강 판사는 “임용 절벽 사태에 내몰린 교육대 학생은 피켓을 들고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데, 사학 재단 이사장의 아들 김 씨는 너무 쉽게 정교사가 됐다”며 “이른바 ‘명문 사학’을 운영하는 자들이 자신의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 불법을 모의하고, 사회지도층으로 불리는 교수가 불법에 맞서기는커녕 이를 도와주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공정성이라는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박호걸 박장군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