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6월 남천동 자택서 사라져
- 승용차·통장 돈은 그대로 있어
- 옛 연인 노르웨이서 잡혔지만
- 국내 송환까지 2·3년 걸려
- 끈질긴 협박에 잠적 가능성도

1년6개월째 미궁에 빠진 신혼부부 실종 사건이 ‘중요 참고인’ A(여·36) 씨의 등장으로 해결될지 주목을 끈다. 경찰은 A 씨를 조사하면 사건의 실마리를 풀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문제는 외국에 있는 그를 얼마나 빨리 한국으로 송환하느냐다.

지난해 5월 실종되기 전 자신의 아파트 엘리베이터 CCTV에 찍힌 C 씨의 모습.

8일 부산 남부경찰서 등 경찰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신혼부부 실종사건 경위는 두 가지 시나리오로 요약된다. 부부가 타인에게 납치됐거나, 이들이 스스로 잠적했을 가능성이다. A 씨는 이 두 가지 가정에서 모두 자유롭지 못한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이다. 경찰은 그를 중요 참고인으로 지목했다.

A 씨는 실종된 남편 B(36) 씨와 10대 때부터 알고 지냈다. 10년 넘게 관계를 유지하며 결혼을 생각했던 사이였다. 그러나 둘은 집안의 반대로 헤어졌고, A 씨는 다른 남성과 결혼했다. 이후 둘은 연락을 끊지 않았고 A 씨는 이혼했다.

B 씨는 A 씨와 헤어진 뒤 만난 C 씨와 결혼을 준비했다. A 씨는 이때부터 B 씨가 다른 여자와 결혼하지 못하게 협박을 일삼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B 씨의 지인을 상대로 광범위한 조사를 벌인 경찰은 B 씨 부부가 결혼한 뒤 A 씨가 크게 반발했고, 부부 관계를 깨는 것에 A 씨가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때문에 부부가 어디론가 사라진 것에 A 씨가 관여했을 것으로 본다. 경찰 관계자는 “부부가 실종됐을 무렵 A 씨가 친정어머니에게 거짓말을 하고 입국해서 한 달가량 국내에 머문 까닭과 일정을 밝히는 것에 수사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사건 초기부터 제기된 ‘부부 스스로 잠적설’도 아직 유효하다. 이는 A 씨의 협박에 못 이긴 B 씨가 부인과 함께 사라졌다는 가설이다. 경찰 관계자는 “B 씨의 과거 행적이나 평소 성격을 미뤄 볼 때 스스로 숨어버렸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수사팀의 또 다른 관계자는 “B 씨와 A 씨 사이의 과거 관계도 A 씨가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는 증언이 있다. B 씨가 압박감을 느꼈을 것으로 본다”고 귀띔했다.

이 때문에 경찰은 A 씨를 국내에 불러 면밀한 수사를 해야 부부실종의 미스터리를 풀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A 씨의 국내 송환 시기다. 노르웨이 사법부가 A 씨 사건을 종결하는데 보통 2~3년이 걸린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8월 노르웨이에서 검거된 A 씨 사건이 최종심인 3심까지 가면 국내 송환까지 최장 3년 넘게 걸릴 수도 있다”고 난색을 보였다.

2014년 5월 신병이 확보된 세월호 선주 유병언의 딸 유섬나 씨도 프랑스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데 3년이 걸렸다. 이태원 살인 사건의 주범인 아서 패터슨도 미국에서 붙잡힌 뒤 4년에 걸친 법정 공방 끝에 한국으로 소환할 수 있었다.

신혼부부 실종사건은 지난해 6월 2일 실종신고가 접수된 후 수사가 시작됐다. 결혼한 지 6개월 된 부부가 15층 아파트에서 돌연 자취를 감춘 것이다. 당시 부인은 시장을 보고 주차장에 차를 댄 뒤 집에 돌아왔고, 남편은 다음 날 새벽 귀가하는 모습을 끝으로 사라졌다.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은 아파트에 설치된 CCTV에 찍혔지만 나가는 모습은 근처 CCTV 어디에도 확인되지 않았다. 부부 차량도 움직이지 않았고 이들 통장의 돈도 인출되지 않았다. 외부침입과 다툼 같은 흔적도 없어 전대미문의 미스터리 사건으로 남았다. 김봉기 기자 superch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