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열사 47주기 기념 행사가 13일 도심 곳곳에서 진행됐다. 이날 이들 단체는 전 열사가 강조했던 소수자의 연대를 강조하며 함께 사는 사회를 제창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연예인 지망생의 트랜스젠더 발언부터 노동자 단체에 대한 대중의 불신의 목소리까지 이날 소수자간 연대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모습들이 온라인 곳곳에서 나타났다.

13일 오전 서울 청계천 전태일 동상 앞에서는 노조하기좋은세상운동본부 회원들이 ‘전태일 열사 47주기 1113인 사회적 선언’을 했다.

전태일은 1970년대 서울 청계천 봉제공장에서 미싱사 보조로 일하다가 우리 사회의 노동 혁신을 부르짖으며 분신한 노동운동가다. 1970년 11월 3일 전 열사는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인 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절규했다.

전 열사의 분신 사태 이후 학계, 문화예술, 법조, 노동계, 시민사회, 정계, 종교계, 청년·학생 등 시민이 참여해 선언을 했다. 당시 공식적으로 1113명이 모였다고 알려졌지만, 실제 1878명의 시민이 참가했다.

운동본부는 지난달 92개 시민사회단체가 비정규직 철폐, 노동법 전면 개정, 노조할 권리 실현 등을 내걸고 꾸린 연합기구다. 이번 47기 행사에서 운동본부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희망이 없는 노동을 강요당하는 청년, 비정규직, 노조가 없는 1800만 미조직 노동자들이 있다”며 “여성·청년·장애인·이주노동자들이 노조에서 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차별받는 노동이 없는 세상의 지름길”이라고 밝혔다.

또 이날 한국노총은 경기 마석 모란공원의 전태일 묘지에서 전태일 열사 47주기 추모제를 열었다. 전날 한국노총은 “우리는 근로자가 아니라 노동자다”라는 성명을 내고 각종 법률용어 등에 쓰이는 ‘근로’라는 단어를 ‘노동’으로 바꿀 것을 정부와 국회에 촉구했다.

서울 도심에서는 대규모 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주최측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오후 3시부터 서울 중구 시청광장에서 열린 ‘2017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에 5만여 명의 조합원이 참석한 것으로 추산했다. 문재인 정권 출범 후 노동계 집회로는 최대 규모다.

노동 단체의 행사 소식이 잇따라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추모의 분위기 속에서 “노노갈등을 부추기고 노조 이름을 팔아서 호의의식 부귀영화를 누리는 집단은 전태일의 이름을 팔지 마라” “지금 노조가 노조냐” 전태일 뜻과 다른 이기적 집단“ 등의 불신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한편 이날 한 연예인 지망생이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언급한 트랜스젠더 발언도 전태일 열사 47주기에 걸맞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시민은 “소수자의 연대를 중시한 전태일 열사의 기념일에 페미니스트를 가장한 어린 여학생이 성적 소수자에게 상처를 줬다”고 혹평했다. 이승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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