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술·면접 일정 다시 확인 필요
- 휴업·등교시간 변경 통보 늦어
- 초·중학생 부모들도 혼선 초래

“책 전부 다 버렸는데….”

수학능력시험이 하루 전날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15일 수험생과 학부모 초·중 학생 모두 ‘멘붕’에 빠졌다. 수능 연기로 대입 일정 전체가 차질을 빚으면서 수험생들은 지원하고 싶은 대학의 전형 일정을 다시 확인해야 하는데다 수능 연기에 따른 학교 휴업와 등교시간 변경 여부 통보가 학교·학년별로 달라 초·중학교 학생과 자녀들도 늦은 시간까지 혼란을 겪었다.

수능을 목표로 1년간 준비해 왔던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희비가 엇갈렸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컨디션 조절을 해오며 주변을 정리하던 수험생들은 허탈해하지만 일부에서는 공부할 시간이 늘어 다행이라는 반응도 보였다.

부산 금정구에 거주하는 안모(19) 군은 “시험 이틀 전 수거 차량이 학교에 와 교과서를 비롯해 필요없는 문제집은 모두 버렸는데 시험이 연기돼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황당해했다. 또 다른 수험생인 김모(19) 양도 “수능 연기 소식을 도서관에서 전해 듣고 일부는 집으로 돌아가고 일부는 남아 공부하면서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고 말했다. 장모(19) 양은 “체력과 정신력 관리를 더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긴 하지만 일주일 동안 최선을 다하면 결과가 바뀔 수도 있다는 생각에 걱정 반 다행 반인 심경”이라고 밝혔다.

학부모들도 수험생들만큼이나 혼란스러움을 토로했다. 수시모집에 지원해 수능 후 논술과 면접 등 대학별 고사를 앞두고 있는 수험생들의 경우 대학별로 전형 일정 변경을 일일이 다시 확인해야 한다. 수험생 딸을 둔 김모(49) 씨는 “수능 이후 딸이 보고싶다고 하는 공연을 예약했는데 위약금을 물고 어쩔 수 없이 취소해야 할 것 같다”며 “당장 16일부터 수시모집 전형 일정이 어떻게 바뀌는지 알아봐야 할 판”이라고 털어놓았다. 또 다른 학부모는 “방송에서는 연기됐다고 나오는데, 학교의 공식 통보도 없고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아 너무 답답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SNS에는 수능 연기를 둘러싸고 찬반논란이 벌어졌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일주일 뒤에 지진이 안 일어난다는 보장은 없지만 지금 상황에서 연기는 잘한 결정”이라고 한 반면 또 다른 트위터 사용자는 “수능 연기가 맞는 결정이긴 하지만 수능일 하나만 보고 준비해 온 수험생은 멘털이 붕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수험생 가정만 혼란스러운 건 아니었다. 수능으로 휴업 결정이 내려진 고등학교와 등교시간이 1시간 늦춰진 초·중학교 학생과 학부모도 밤늦게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부산시교육청은 김석준 교육감이 주재하는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예정대로 등교와 휴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밤 10시께가 되어서야 각 학교에 통보해 혼란이 불가피했다. 특히 학교별로, 같은 학교 내에서도 학급별로 통보 시간이 들쑥날쑥하면서 학부모들이 더욱 혼란을 겪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이모(여·37) 씨는 “어느 학급은 교육청이 결정하기 전인 밤 9시에 통보하고 우리 반은 밤 10시가 넘어 연락이 올때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며 “왜 같은 학교 내에서도 통보가 다른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하송이 기자 songy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