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통 한 벌 가격 40만 원 이상

- 학부모 “고가의류 부담” 한숨

직장인 이모(여·43) 씨는 최근 딸의 성화에 못 이겨 40만 원 상당의 롱패딩 점퍼를 사줬다. 중학교 2학년 딸이 입기에는 고가라고 생각했지만 단식을 감수하면서까지 사달라고 조르는 통에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학교 친구 중 자신을 빼곤 모두 하나씩 가지고 있다는 소리에 마음도 약해졌다.

최근 들어 롱패딩 점퍼가 초·중·고등학생 사이 이른바 ‘대세’가 되면서 이 씨처럼 난처한 일을 겪는 부모가 늘고 있다. 16일 현재 의류업계에서는 브랜드마다 롱패딩을 주력상품으로 팔고 있다. 초·중·고등학교 주변 거리에서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점퍼를 입은 학생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스포츠 선수들이 겨울 훈련할 때 입는 ‘벤치코트’로도 불리는 롱패딩은 10만 원대 저렴한 제품에서부터 100만 원에 육박하는 고가의 제품까지 다양한 가격대로 팔리고 있다. 또래 사이에서 유행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30만~40만 원 이상은 감수해야 하는 분위기다. 이 씨는 “따뜻한 외투는 집에 많이 있지만 유행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롱패딩을 찾는 것 같다”며 “연예인을 따라 하거나 친구들과 비교되기 싫어하는 자녀한테 안 사줄 부모가 어디 있겠냐”며 한숨을 쉬었다. 

이처럼 중·고등학생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학부모들의 근심이 늘자 롱패딩이 새로운 ‘등골브레이커’로 떠오르고 있다. 등골브레이커란 철없는 행동으로 부모에게 손해를 끼치는 물건을 뜻하는 말로 과거 수십만 원대인 ‘노스페이스’ 점퍼가 10대 사이에서 유행할 때 처음 사용됐다. 등골을 휘게 할 정도로 고가의 제품을 살 때 주로 쓰인다. 중학교 3학년 자녀를 둔 최모(45) 씨는 “옷이나 신발, 가방이 유행이라면 가격을 불문하고 사주려고 한다”며 “유행에 휩쓸려 구입한 뒤 금방 싫증 내는 것 같아 안타깝지만 부모로서 안 사줄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반면 롱패딩 점퍼가 실제 기능이 좋아 사치품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롱패딩을 즐겨 입는 박모(18) 양은 “다리까지 덮어주는 점퍼 덕에 치마만 입어야 하는 여학생들은 뛰어난 보온기능을 체감한다”며 “지나치게 비싸지만 않다면 롱패딩을 찾는다고 해서 등골브레이커라고 비난할 일만은 아닌 것 같다”고 반박했다.

가격비교사이트인 에누리는 지난달 다운·패딩 제품군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 증가했다고 밝혔다. 제품군 중 롱패딩은 597%포인트나 상승했다. 또 지난해의 경우 11월부터 롱패딩의 판매가 급증했지만 올해는 한 달이나 빨라진 것으로 분석됐다. 

 김봉기 기자 superch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