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진 찬성하는 부산시·교육청
- “영어 몰입교육·다문화가정 지원”

- 전교조 “규제 없는 학교 설립
- 또 다른 차별 교육 사업 중단”
- 자사·외고 폐지 정책과 안 맞아

교육국제화특구 지정을 놓고 부산시교육청·시청·지자체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갈등이 격렬해지고 있다. 사업 추진 기관은 소외계층에게 양질의 외국어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특구 지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전교조는 특구를 핑계로 규제를 받지 않는 학교 설립을 통한 또 다른 차별 교육을 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반발한다. 양측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5일 금정구에서 열린 특구 지정을 위한 공청회에서는 고성이 오갔다. 60여 명이 참석했지만 생산적인 토론은 없고 일방적인 의견 전달만 있었다.

5일 부산 금정구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금정구 교육국제화특구지정 신청을 위한 공청회에서 부산교육네트워크 관계자들이 특구 반대를 위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이날 공청회는 찬반 토론은 이뤄지지 않고 일방적인 의견 전달만 진행됐다. 전국교직원노조의 한 관계자가 특구지정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교육국제화특구는 이명박 정부 당시 외국어를 포함한 국제화 교육 활성화 일환으로 도입됐다. 특구로 지정되면 국가교육과정 적용을 받지 않아 교사 채용이나 교과 편성의 자율성이 부과되는 학교를 세울 수 있으며, 정부로부터 관련 프로그램 운영 등을 위한 예산을 지원받는다. 2013년부터 올해까지 지정된 1기 사업에서는 대구 북구·달서구, 인천 연수구·서구·계양구, 전남 여수가 특구로 지정됐다.

교육부는 1기에 이어 지난 10월 말 2기 사업 대상지 선정을 위한 공고를 냈으며, 오는 11일 지원 접수를 마감할 예정이다. 부산에서는 현재 금정구와 사상구가 특구 지정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신청에 앞서 금정구가 공청회를 개최한 데 이어 6일은 사상구에서 공청회를 연다. 지자체가 사업계획서를 만들면 부산시와 부산시교육청이 공동으로 교육부에 지정 신청서를 낸다. 앞서 서울과 세종시도 특구 지정을 준비했으나 전교조 등의 반발에 부딪혀 사업 계획을 철회했다.

금정구와 사상구의 계획서를 보면 특구 사업은 크게 영어 교육과 다문화 가정 지원, 글로벌 인재 양성 사업으로 나누어진다. 금정구 계획을 보면 ▷다문화 이해·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다국어 언어교육’ ▷다문화 융합 ‘창의·인성 체험교육’ ▷미래준비형 4차산업 혁명시대 ‘통·융합 교육’ ▷세계시민교육 선도모델 등이다. 세부적으로는 영어독서토론 동아리 운영, 원어민 화상영어 교육, 통합 방과후 교육센터 운영, 빅테이터 기반 과학교육활성화로 글로벌 인재양성, 다문화한국어교실 운영 등의 사업이 포함된다. 사상구 계획은 크게 ▷교육국제화 인프라 확대·강화 ▷주민·사회적 배려자를 위한 세계시민 양성 교육 ▷글로벌리더 육성교육 ▷글로벌 인재양성을 통한 미래성장동력확보 사업으로 구분된다. 세부사업으로는 작은 영어 도서관 구축, 다문화 예비학교 운영, 글로벌멘토링 운영, 영어영재 육성사업 등이 있다.

지자체는 소외계층을 지원하고 교육 격차를 해소하는 데 필요한 사업임을 강조한다. 금정구 강희경 평생교육과장은 “금정구는 부산대와 부산외대 등 대학이 많아 외국인 학생 비율이 높은 점이 특구를 운영하기 좋은 환경”이라며 “특구가 지정되면 서·금사동 등 교육 격차가 큰 지역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구비만으로 부담하기 힘든 사업을 국비 지원을 통해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상구 역시 글로벌 인재 육성을 위한 선도적인 모델 개발, 다문화 가족과 외국인 등 사회적 배려 대상자에 대한 체계적이고 집중적인 교육정책 마련을 특구 추진 목표로 제시했다.

사업비 일부와 실제 사업 일부 운영을 맡는 교육청은 ‘지원’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시교육청 신정숙 국제교육 담당 장학관은 “지자체가 추진 의지가 있어 도움을 요청하는 만큼 교육청 차원에서 도와주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 참여하게 됐다”며 “최종 결정은 공청회 후 교육청 내 의견 수렴을 거쳐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특구 사업을 반대하는 측은 교육 적폐사업을 반복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돼 각종 부작용을 양산했던 영어 몰입 교육의 일환인 데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외고 자사고 폐지 등의 정책 방향과도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다문화가정은 부산 전역에 걸쳐 있는데 일부 지역만을 특구로 지정해 해당 구역 내 다문화가정만 지원하는 것도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입장도 밝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산지부 임정택 정책실장은 “교육국제화특구법에 보면 특구 내에는 각종 규제를 받지 않는 초중고교를 세울 수 있어 또 다른 형태의 불평등 교육기관이 양산될 소지가 있다. 외고·자사고는 폐지하면서 특구는 그대로 두는 것을 누가 이해하겠느냐”고 지적했다. 하송이 기자 songy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