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무사법 개정안 가결되자
- 변호사협, 헌법 소원 내고
- 대규모 궐기 대회 등 예고
- 업무영역 다툼 방어시각도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자동 부여하는 조항을 삭제한 세무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변호사들이 집단 반발하고 있다. 변호사들은 “세무분야에서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위헌”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변리사 등 법조계 다른 전문 직역에 업무 영역을 뺏기지 않으려는 ‘밥그릇 시위’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변호사협회는 11일 상임이사회를 열고 지난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세무사법 개정안 대처방안을 논의했다.

개정 세무사법이 직업 자유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헌법 소원을 내고, 이번 주 중 대규모 궐기대회를 열 계획이다.

세무사법은 1961년 제정 때부터 세무사 자격을 갖춘 자에 변호사를 포함했지만 개정법은 이 조항을 삭제했다. 하지만 변호사 수가 적었던 시절 국민이 세무 분야에서 변호사의 도움을 받기 어려웠던 점을 고려해 세무사 자격을 만든 만큼 변호사는 ‘자동 인정’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 변호사회 관계자는 “변호사의 세무사 자격을 인정하지 않으면 세무분야 법률 서비스가 필요한 국민의 선택권을 제한하게 된다”며 “세무사의 직역 독점을 도와주는 법개정일 뿐 아무런 공익적 이유도 찾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변호사들이 실제 피해가 없는데도, 법조계 전문 직역 간 업무 영역다툼이 본격화될 것을 고려해 사전 방어에 나섰다는 시각도 있다. 변호사들은 이미 2003년 세무사법 개정으로 기획재정부의 세무사 등록부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 때문에 2003년 이후 자격을 취득한 변호사는 세무 조정, 세무신고 대리 등 업무를 할 수 없다. 다만 조세 소송 등 업무는 변호사법에 따라 여전히 대리할 수 있다.

부산세무사회 관계자는 “세무 업무를 보는 변호사는 손에 꼽을 정도다. 필요도 없는 자격 자체를 지키려고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변호사가 독점했던 소송대리 권한을 다른 전문 직역에 나눠주는 법안이 잇달아 발의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변호사만 대리할 수 있었던 특허침해 소송을 변리사도 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변리사법 개정안이 17대 국회부터 장기계류 중이다.

지난 5월 행정사가 행정심판을 대리하는 행정사법 개정안이 입법예고됐다가 변협의 반발로 해당 조항이 삭제되기도 했다.

부산지역 한 변호사는 “세무사 자격 취득은 사실상 사문화된 조항이어서 이번에 정비됐다고 보는 게 맞다”면서 “이번에 쉽게 물러서면 유사 직역 간 분쟁에서 속절없이 무너질 수 있어 기싸움을 벌이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변호사를 기득권으로 분류하는 인식에는 문제가 있다”며 “저렴한 법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로스쿨 제도를 도입해 놓고, 변호사의 업무 영역을 줄여나가면 ‘제 살 깎기 경쟁’을 불러와 법률 서비스 질만 떨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