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회사 대표번호로 전화하면 중간서 통화 가로채 돈 뜯어가
- 사하경찰서 매달 10여 건 접수

가짜 금융 앱을 이용한 신종 보이스피싱이 활개를 치고 있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부산 사하경찰서는 문자와 전화로 가짜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하도록 만든 뒤 전화를 낚아채는 수법으로 수백만 원을 가로챈 보이스피싱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고 5일 밝혔다.

사하구에 사는 임모(46) 씨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휴대전화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유명 금융회사라고 사칭한 사기단은 “기존의 고금리 신용대출을 연 10%대 저금리로 대환대출해주겠다”고 접근했다. 마침 제2 금융권에 연 25%대 대출금이 있던 임 씨는 절반 이상 저렴한 저금리로 바꿀 수 있다는 말에 귀가 솔깃해졌다. 사기단은 당장 대출하지 않아도 된다며 임 씨를 안심시킨 뒤 대출을 진행할 수 있는 앱 설치 주소를 문자메시지로 임 씨 휴대전화에 전송했다. 임 씨는 휴대전화에 앱을 설치한 뒤 유명 금융회사가 맞는지 궁금해 포털사이트에서 해당 금융회사 대표 전화번호를 검색해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이 전화를 받은 건 유명 금융회사가 아니라 사기단이었다. 임 씨의 휴대전화에 설치된 앱 탓에 발신번호는 유명 금융회사의 대표 번호였지만 실제 전화는 해당 금융회사가 아니라 사기단에 연결된 것이다. 이를 알지 못한 임 씨는 금융회사라는 설명을 믿고, 기존 대출을 상환하려고 제2 금융권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이 전화 또한 해당 업체가 아니라 사기단으로 연결됐다. 사기단은 대출금을 갚는다는 임 씨에게 계좌번호를 불러줬고 임 씨는 300만 원을 송금했다.

경찰과 금융감독원은 휴대전화에 설치된 앱이나 유입된 악성코드를 통해 전화 수신을 가로채는 수법으로 파악했다. 사하서는 이 같은 신종 앱을 통한 보이스피싱 사건이 지난해 10월 처음 접수된 뒤 매월 10건이 꾸준히 접수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30여 건의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피해자들은 적게는 100만 원 많게는 1500만 원씩 피해를 본 것으로 확인됐다. 사기단은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대출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싼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으니 이미 있는 대출을 갚으라고 접근했다.

경찰은 보이스피싱 사기단의 콜센터가 주로 국내 수사권이 미치지 않는 중국 등 외국에 있어 수사가 어렵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 사전에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 최선희 조사역은 “가장 중요한 건 출처가 불분명한 문자를 열람하거나 앱을 깔라고 하면 응하지 않는 게 좋다. 스마트폰에서 ‘알 수 없는 소스’를 통한 앱 설치를 허용하지 않도록 설정하거나 최신 백신 프로그램을 깔아서 보안 점검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최민정 기자 m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