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 해수담수화시설의 가동 중단 사태(본지 지난 4일 자 1면 등 보도)가 계속되는 가운데 이번 사태와 관련해 주요 전환점이었던 국토교통부의 조기 무상양여 추진을 의혹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가 많다. 새 정부가 들어선 뒤 ‘계륵’이 된 기장 해수담수화시설을 빨리 손 털고 싶어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8일 부산시 등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국토부 산하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국토진흥원)은 지난해 9월 갑자기 기장 해수담수화시설의 조기 양여를 추진했다. 애초 2013년 12월 국토진흥원과 부산시, 두산중공업이 체결한 소유 및 운영협약에는 2014년 12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후속 운영 연구개발사업을 추진한 뒤 생산단가가 현재의 낙동강 원수의 수돗물값과 비슷해지면 시에 무상양여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지난해 9월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4개월이 지난 뒤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인 2016년 9월 문 대통령은 부산지역 국회의원들과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본부를 방문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책상 위에 놓인 해수담수 병입수를 가리키며 “기장의 해수담수화 수돗물은 주민의 우려가 해소되지 않아 동의하지 않고 있는 상황으로 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같은 입장이니 우리 쪽 자리에서는 (해수담수 병입수를) 수거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앞선 2016년 3월에는 문 대통령이 당시 총선에 출마한 조용우(더불어민주당 기장군위원장) 후보의 지원유세에 나서 기장군의 한 주민이 건네는 ‘기장 해수담수 식수 공급 문제에 대한 주민호소문’을 받으며 “기장에서 조 후보를 지지하고 선택하면 반드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그러나 해수담수화사업은 2006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권을 잡았던 참여정부 당시 추진됐다. 새 정부로서는 마냥 반대만 하기에는 모호한 부분이 있다.

이렇듯 해수담수화시설이 새 정권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게 되자 빨리 넘기려고 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 김하일 공무팀장은 “국토진흥원이 지난해 9월 조기 무상양여 얘기를 갑자기 꺼냈지만 생산단가가 낮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시가 소유권을 넘겨받을 수는 없어 거부했다”고 말했다. 더욱이 국토진흥원 측이 ‘국유시설로 시에 무상양여는 안 된다’는 법률자문 결과를 받으면서 조기 양여계획은 완전히 꼬이기 시작했다. 자문내용을 알게 된 시가 유지관리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며 향후 시설을 소유 및 운영하지 않고 해수담수를 구입해 공급만 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국토부 수자원국 관계자는 “국토부가  나서서 조기 무상양여를 추진한 적은 없다”며 “사업시행 주체인 국토진흥원으로부터 후속 연구개발사업의 조기 종료나 시설의 조기 양여를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조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