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3년간 1만5000명 줄어

- 대입 반영 중·고교생 급증 대비

기업 입사에 자원봉사가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대학생의 자원봉사 활동이 급감했다. 대신 대학 입시에 반영되는 고등학생의 경우 자원봉사가 급증해 대조를 이룬다. 자원봉사도 스펙으로 생각하는 이 사회의 씁쓸한 단면이다.

부산자원봉사센터는 2008년 4만 8347명을 시작으로 7년 동안 꾸준히 상승하던 20대 자원봉사자 수가 2014년 21만 456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줄고 있다고 15일 밝혔다.

반면 10대 중·고등학생들은 2008년 6만 4382명에서 지난해 33만 815명으로 꾸준히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같은 기간 부산시의 자원봉사자 수가 증가 곡선을 그린 것과 반대되는 20대의 행보를 두고 ‘취업 스펙’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으로 자원봉사단체 관계자는 분석했다.

과거 봉사활동은 대학 졸업자 및 졸업 예정자들이 기업체 취업을 준비할 때 어학연수 공모전 등 꼭 필요한 대외활동 스펙 중 하나로 꼽혔다. 이력 사항에 학업 외 활동 경험을 쓸 때도 지원 직무와 직결되는 아르바이트 경험 또는 자원봉사 활동을 적는 것이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그러나 최근 기업체 채용 과정이 달라지면서 대학생의 봉사 활동도 다른 양상을 보인다.

롯데그룹의 경우 신입 공채 시 자원봉사센터에서 인증된 봉사활동 기록을 구체적으로 적게 했으나 최근에는 자기소개서에 경험 사항으로 쓸 뿐 별도의 항목은 없다. 부산은행이나 에어부산 등 다른 기업도 지원자의 봉사활동 경험을 자기소개서에 쓸 수는 있지만 이를 별도로 쓰도록 하지는 않는다.

공기업인 부산교통공사는 2015년 NCS(국가직무 능력표준) 기반의 블라인드 채용이 도입되면서 자원봉사활동 경험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교통공사 채용 담당자는 “교통공사 자원봉사 경력을 자소서에 적는 지원자가 많은 데 블라인드 채용 원칙상 이름을 지운 자소서가 면접위원에게 제출된다”며 “직무와 연결되는 봉사활동은 면접 시 긍정적인 인상을 줄 수 있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봉사단체도 변화된 세태를 느낀다. 부산연탄은행 강정칠 대표는 “최근 3년 안팎으로 대학생들끼리 단체를 찾은 경우는 보기 드물다”며 “과거에는 취업을 위해 봉사활동을 벌이는 젊은이들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중고생들이 더 자주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취업 전선에 나선 학생들조차 봉사활동의 역할을 크게 여기지 않았다. 부경대 토목공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자원봉사활동 자체는 좋은 뜻이지만 실제 채용 과정에서 큰 역할을 못 하는 것 같다”며 “최근에 취업을 준비하면서 봉사활동을 하는 경우는 보기 드물다”고 말했다.

같은 대학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김모(25) 씨 역시 “희망하는 직군에 따라 자격증을 준비하고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소서에 쓸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봉사활동하는 것은 시간 낭비다”고 말했다.

김봉기 기자 superche@kookje.co.kr

◇ 부산 연령별 자원봉사 참가  (단위: 명) 연도 14∼19세 20대 2008년 6만 4382 4만 8347 2009년 13만 360 6만 2625 2010년 16만 2922 7만 7578 2011년 16만 1066 9만 3823 2012년 18만 7053 15만 3899 2013년 21만 6099 20만 7373 2014년 24만 3954 21만 456 2015년 29만 9946 21만 265 2016년 33만 6490 19만 6441 2017년 33만 815 19만 5443 ※자료 : 부산시자원봉사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