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식시간 늘리기 등 편법 대신
- 가구당 관리비 7000원 더 부담
- 울산 등서도 처우개선 동참

최저임금 인상으로 아파트 경비원을 해고하거나 휴식시간을 늘리는 꼼수 근무 등이 잇따르는 가운데 부산의 한 아파트가 경비원 임금 인상을 선택해 눈길을 끌고 있다.

	임금을 올려 경비원을 해고하지 않은 부산 강서구 명지오션시티 극동스타클래스 아파트. 김종진기자 kjj1761@kookje.co.kr

부산 강서구 명지오션시티 극동스타클래스 아파트(1124세대)는 21일 경비원 임금을 인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극동스타클래스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달 말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경비원 근무와 임금 관련해 입주민들의 의견을 묻는 투표를 진행했다.

당시 선택지는 ▷1안 ‘휴식시간을 늘리지 않고 현행과 동일하게 근무하는 것’ ▷2안 ‘휴식시간을 늘리는 것’ ▷3안 ‘민간 경비업체 일부 고용’으로 구성됐다.

투표 결과 입주민 60% 이상이 1안을 택했다. 이 경우 가구당 7000원의 관리비를 더 내야 하지만 입주민들은 경비원의 근무 여건을 보장하는 방향을 택했다. 현재 이곳은 10명의 경비원들이 하루 5명씩 24시간 맞교대로 근무한다. 하루 휴식시간은 7시간으로 별도의 공간에서 자유롭게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입주민 최민선(30) 씨는 “평소 최저임금 때문에 경비원을 해고하는 건 너무 매정하다고 생각했다”며 “입주민이 관리비를 조금씩만 부담하면 돼 1안을 찬성했다”고 말했다. 강승헌 입주자대표회의 대표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휴식시간을 늘리는 건 편법이다. 입주민 역시 같은 생각을 해주신 덕분”이라며 “입주민의 의사를 반영해 곧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이를 확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비원도 이 같은 결과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전철수(71) 씨는 “입주민들은 평소 먼저 인사하거나 간식을 갖다 줄 만큼 인품이 좋다. 이번에 역시 경비원을 배려해줘 감사하다. 마음씨 고운 입주민 덕분에 오래 일할 수 있는 것 같다. 더욱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전 씨는 예비군 중대장으로 일하다 퇴직 후 현재 이 아파트에서 2년6개월째 경비원으로 근무 중이다.

이에 앞서 울산 중구 주상복합아파트 ‘리버스위트’ 입주민도 지난달 말 4명의 경비원과 2명의 미화원 임금 인상을 주민투표로 결정해 올해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아파트 주민자치회는 지난달 말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입주민들의 관리비 부담액이 늘어난다는 것과 함께 경비·미화원 임금 인상에 관한 안내문을 내걸었다. 투표안은 올해부터 적용된 최저임금 7530원으로 급여를 인상하는 방안과 휴식시간을 1시간30분 늘리고 근무자 인원수를 조정하는 방안 등이었다. 투표 결과 주민 대다수가 급여 인상에 동의했고, 경비·미화원 6명은 근무시간 조정 없이 일자리를 지키게 됐다.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은 최근 이 아파트를 방문해 입주자대표회의에 감사패를 수여했다.

방종근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