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주 노인 비대위 꾸려 대책촉구
“50년 넘게 이 골목을 다닌 노인들밖에 없는데 골목을 없애는 건 우리를 고립시키는 것과 같다.”(김영기·70·부산 동대신동 주민)
부산 서구 동대신2구역 재개발로 수십 년째 이용하던 골목이 없어질 위기에 처한 산복도로 주택가 노인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반대에 나섰다. 이들은 시장과 병원 등으로 가는 길이 없어지면 큰 불편을 겪는다며 주민 통행권 보장을 촉구했다.
22일 찾은 동대신2구역 재개발지역은 울타리와 천막을 친 채 철거 작업이 한창이었다. 동대신2구역 택지 재개발 정비사업은 부산시와 서구가 2008년, 2012년 정비구역으로 지정 고시했다. 이어 지난해 9월 사업 부지 내에 있는 국시유지인 골목 4곳을 팔고 재개발지를 둘러싼 도로를 확장하도록 변경 공고했다. 올해 상반기 착공해 건축면적 3090㎡에 6개동 503세대의 아파트(지하 3층·지상 29층 규모)가 들어설 예정이다.
재개발지역 뒤편 산복도로에는 600여 세대의 주택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이곳 주민들은 재개발 지역을 지나 위치한 시장 병원 주민센터 버스정류장, 도시철도 등을 주로 이용한다. 4개의 골목 중 1곳을 이용하면 100ｍ에 불과한 길이 아파트 단지로 인해 기존 골목이 없어지면 300~500ｍ를 둘러가야 한다.
주민 이창화(72) 씨는 “자식을 출가시킨 60세 이상 노인들만 살고 있어 오래 걸으면 숨이 차고 무릎도 아파 먼 길을 돌아가기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이들은 골목이 모두 없어진다는 소식을 접한 뒤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통행권 보장을 주장하고 있다.
비대위 조옥현(59) 회장은 “가뜩이나 낙후된 동네를 오지로 만들고 있다. 재개발 공사로 피해를 겪고 있는 주민한테 적어도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골목 하나는 확보하는 것이 상식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진영(더불어민주당) 구의원도 “주민의 통행권까지 묵살하면서 공유재산을 팔아야 할 의무는 없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서구 건축과 관계자는 “이미 시에서 도시정비계획을 수립하고 전문위원회의를 거쳐 재개발에 착수하고 있어 골목을 없애는 것은 불가피한 조처”라고 해명했다.
최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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