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조·판매·사용 모두 불법
- 싼 가격 탓 여전히 사고 팔아

- 지역 무허가 제조업체 적발
- 관할당국 서로 떠넘기기만

납과 같은 중금속으로 만든 낚시도구 사용은 법적으로 금지됐지만 버젓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어 생태계에 비상이 걸렸다. 환경오염을 막고자 도입된 낚시관리법이 겉도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3일 오후 부산 강서구의 한 낚시용품점. 수많은 낚시추 사이에서 납으로 만든 일명 ‘납추(사진)’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크기와 종류도 다양했다. 국제신문 취재진이 한 제품을 꺼내 종업원에게 “성분이 무엇이냐”고 묻자 “전부 납이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친환경 제품도 있지만 손님들은 값이 싸고 예전부터 많이 쓰던 납추를 더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인근의 또 다른 낚시용품점 역시 같은 종류의 납추들이 줄지어 진열돼 있었다.

이처럼 납과 같은 중금속으로 만든 낚시 도구는 불법이다. 국회는 2012년 ‘낚시 관리 및 육성법’을 제정해 중금속 등 유해물질이 함유된 낚시도구의 제조와 사용, 판매 등을 금지했다. 납추가 어류 등에 납중독을 일으켜 해양 생태계를 오염시킨다는 배경에서였다. 실제로 천연기념물인 고니 등이 낚시터 바닥에서 먹이를 찾아 먹다 납추까지 함께 삼켜 납중독으로 죽는 일이 발생하곤 한다. 납은 체내 축적 시 신경장애나 소화장애 등을 유발하는 유해물질로 지정돼 있다.

낚싯줄이 바다에 잘 가라앉도록 하는 낚시추는 바위 등에 끼어 바다에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 낚시꾼들이 회수하기도 힘들어 매년 2000~3000ｔ의 낚시추가 바다에 쌓이는 것으로 추산된다. 부산환경운동연합 최수영 사무처장은 “낚시를 즐기는 인구가 늘어나 1년간 바다에 버려지는 낚시추들은 파악하기가 힘들 정도”라며 “생태계를 파괴하는 납추가 여전히 통용되고 있어 관할 당국의 정기적인 단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속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2016년 부산 영도경찰서가 기준치보다 최대 40배나 많은 납이 들어간 납추 제조 업체 4곳을 적발했지만 이후 단속은 이뤄지지 않았다. 단속 권한은 경찰과 각 지방자치단체가 갖고 있지만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등 실제 단속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불법으로 납추를 제작하는 업체는 등록하지 않은 무허가인 경우가 많아 단속이 어렵다”며 “이들을 적발하고 수사하는 것은 경찰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경찰은 “납추 제작업체를 적발하는 것은 사실상 ‘맨땅에 헤딩’하는 격이다. 제보 등 소스가 있어야 단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납추 사용 단속이 관할 당국의 다른 업무에 밀려 소홀히 취급되는 경향이 있다”며 “납추 제작 금지가 정착되도록 경찰과 지자체에 지속적으로 협조 요청을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