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뭄에 기장현 고을 극심한 가난 겪자
- 배고픈 아이들 사또 행렬에 달려들어
- 호위 병사들 매타작으로 거칠게 차단
- 이때 검은 복면 쓴 사내가 나타나는데…

# 백성이 곧 하늘이야…

휘영청 밝게 떠오른 달무리가 하얀 쌀가루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용소 계곡, 깊은 곳까지 상여를 매고 올라올 동안 일행의 뒤를 쫓는 말발굽 소리 따위는 없었다. 가슴 저편 먹구름처럼 몰려오는 두려움도 있지만, 분명 날이 밝으면 천지개벽 된 새 세상이 펼쳐질 것 같았다. 일행의 우두머리 장바우는 포악무도한 현감만 이 기장 땅에서 없어진다면, 배고파서 죽어 나가는 백성들이 더 이상 생기지 않을 거라는 확신에 불씨처럼 일어나는 희열감에 가슴이 다시 뜨거워졌다. 그리고 적삼 깊이 숨긴 사발통문을, 반조자심(返照自心)처럼 더듬어보며 더욱 힘차게 만가(輓歌)를 불렀다.

2000년 이상의 발자취를 간직한 기장읍 서부리 기장옛길의 입구. 여기서 올라가는 용소고갯길은 기장의 관문이었다. 1892년 동학혁명 시기 기장 고을에서도 청년들의 봉기가 있었고, 포악무도한 현감을 붙잡아 용소고갯길을 넘어갔다는 기록이 나온다.

인제 가면 언제나 올라오

오시는 날짜를 일러주소

어날이 넘자, 어허루야

북망산천이 머다고 하더니

건네 화산이 북망일레

어허 어허 어허루야.

뜨거운 횃불이 밤의 캄캄한 허공을 태우면서 재를 날렸다. 향도꾼(香徒軍)의 만가는 구천을 떠도는 민초들의 원혼을 달래는 듯, 고요한 숲의 적막을, 징을 울리는 듯, 흔들어 놓고 있었다. 생사의 갈림길에 선 이번 거사는 역적으로 몰릴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 누구도 섣불리 입을 떼지 않았다. 오직 결의에 찬 눈빛의 교감만이 오래전부터 그들은 숙명의 공동체임을 숙지하고 있는 듯 보였다. 그것은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의 심정이었다. 그래서 눈물에 절인 상여소리는 아니었다. 그들이 밝힌 횃불 또한 ‘망할 세상’을 불태워야 할 혁명의 상징처럼 캄캄한 밤길의 어둠을 저만큼 밀어내고 있었다.

“…제발, 날 살려주게. 목숨만 살려만 준다면 시키는 대로, 원하는 거는 다 들어 주겠네. 제발, 제발…”

바위에 돌을 던지면서 소원을 빌었다는 용소계곡 내 여근석(女根石). 이 바위뿐만 아니라 계곡 곳곳 바위면에 옛날 기장현감들이 스스로 공을 칭송하는 공덕비, 선정비 글귀가 새겨져 있다.

가시나무를 덮은 상여 틀 속에 갇힌 사또는 정말 죄를 뉘우치는 듯이 ‘제발 살려만 달라’고 목이 쉬도록 애원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백성들을 개, 돼지 취급하던 거만하고 포악한 원님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것은 임종에 당도한 노망난 늙은이나 다름이 없었다.

손 사또는 부임 이후 백성들의 목에 빨대를 꽂고 그 피를 빨아먹으며 살아왔다. 이제 와서 사또가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도 이미 물은 엎질러진 뒤인 것이다. 누가 인생은 옷걸이라고 했던가. 그 기세등등한 원님의 옷을 벗겨 놓으니, 민둥산 벌거숭이였다. 저런 하잘것없는 쓰레기 인간에게 착한 민초들이 짓밟히며 살아왔나 싶어서 바우는 억장이 무너졌다. 애당초 사람이 안 될 것은 떡잎부터 다르다는 말이 딱 맞아 떨어졌던 것이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 간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 앞에 앉은 새야

녹두꽃이 깐닥하면 네 죽은 줄 왜 모르니.



# 금준미주천인혈(金樽美酒千人血)

고종 24년(1887년)에 수년간 걸쳐 가뭄이 계속돼 기장현 내 백성들 1만여 명이 굶어 죽은 일이 있었다. 그야말로 대참극이었다. 그 지독한 가뭄의 재난은 백성들에게 대물림 같은 가난을 겪게 하고 있었다. 해마다 갚아야 할 환곡의 빚이 배로 불어나고 그 부채 때문에 해가 갈수록 더 극심한 가난에 시달려야 했다.

들판을 가로질러 불어오는 서풍(西風)에는 시체 썩는 역겨운 냄새가 났다. 피부에 닿으면 벌에 쏘이는 듯 따가운 햇볕에 칡넝쿨 잎사귀들은 검푸른 색깔로 변해 가고 있었다. 칼날처럼 뻗어 오르는 수숫대와 옥수수 대도 갈색 무늬가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었다. 들판의 무성한 생명력을 보이던 잡풀들도 한없이 지치고 힘들어 보였다. 배를 뒤집는 나뭇잎들은 하나같이 황갈색 띤 떡잎 같았다. 봄 아지랑이 현기증처럼 일렁이는 고갯길을 향해 요란 번쩍한 끝이 안 보이는 신임 사또 행렬이, 말똥이의 맑은 눈 안으로 드디어 번개처럼 들어왔다.

“야, 야, 드디어 나타났다. 신임 사또님 행차 납신다.”

“와, 신난다.”

“오늘은 목구멍에 거미줄 걷어내고, 때 빼고 광내 보자.”

거지꼴의 아이들은 우르르 신임 사또 행렬을 향해 젖 먹던 힘을 다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물럿 거라. 기장현 신임 사또 나리 행차시다.”

북소리, 날라리, 징 소리를 앞세우고 팔선녀들이 군무를 추고 병장기를 바람에 흔들면서 사또의 가마를 호위하는 병사들과 크고 작은 짐 보따리를 등에 실은 여러 마리의 당나귀들과 몸종들과 크고 작은 떡시루를 실은 소 수레의 뒤를 이어 아전, 통인 따위의 관리들이 길을 재촉하며 마을(관아)로 향하고 있었다.

누렇게 부황을 뜬 것 같은 가뭄에 찌들은 하늘을 머리에 이고 사는 기장 고을 부역 나온 사람들은 사흘에 죽 한 그릇도 먹지 못한 낯빛으로 보름간이나 불려 나와 길을 닦아도 다 끝내지 못한 길의 보수를 막 끝내고 흙 묻은 손을 털고 신임 사또 행차가 지나가길 기다리며 도열해 있었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 으흐 이놈이 이래도 정승 판서 자제로… 팔도 감사 마다고 돈 한 푼에 팔려서 각설이로만 나섰네”

말똥이와 아이들은 배가 고파 더 이상 각설이 타령도 나오지 않았다. 신임 사또 가마를 호위하니 필시 먹을 것도 준비해서 왔을 터라는 짐작에 아이들은 꿈에 부풀어 있었다. 아이들은 한 달 전 전임 사또가 떠날 때 얻어먹은 백설기 맛을 떠올리며 입맛을 다셨다. 그리고 신임 사또 행렬이 그들 앞에 도착하자 마치 악귀처럼 병사들에게 죽자 살자 달려들었다.

“먹을 거 좀 주이소. 배가 고파 죽겠심더.”

그러나 아이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병사들의 매타작이었다.

“쉬이 물럿 거라. 누구라도 신임 사또 행차를 가로막는 사람은 남녀노소 막론하고 오랏줄로 묶어 마을(관아)로 끌고 가겠다.”

그러나 거지 떼를 방불케 하는 아이들은 사또 가마에 타고 있는 어린 계집애 하나가 유과(油果)를 맛나게 쩝쩝대는 광경을 목격하고 눈이 뒤집혔다.

“우리도 유과 좀 주이소. 먹을 거 좀 주이소.”

“썩 꺼져라. 조막만 한 거지새끼들이 간덩이가 부었구나.”

거친 병사들의 세찬 발길질에 아이들은 데굴데굴 돌멩이 밭에 굴러 이윽고 계곡물에 풍덩 빠졌다. 물에 빠진 아이들이 허우적대는 것을 그러나 어른들은 무심하게 지켜볼 뿐이었다. 그때였다. 영락없는 거지꼴의 젖먹이를 업은 쑥대머리 아낙이 소 수레에 실린 떡시루에 시선을 주며 한 병사의 옷자락을 잡고 애원했다.

“병사 나리요. 등에 업힌 이 어린 게 젖배를 곯아서 죽어가고 있심더. 흑흑흑. 이 쇤네에게 떡 한 조각 만 주이소.”

“이 미친 여편네가 불난 집에 부채질하네? 뭣들 하느냐? 저 거지새끼들과 이 년을 오랏줄 묶어서 마을(관아)로 끌고 가자.”

“아이고, 와 이카능교? 쇤네가 사흘을 굶어 젖이 말라붙어서 이캅니더. 먹을 거 좀 달라는 게 죄라면 마아 용서해 주이소. 잘못 했심더. 흑흑흑”

머리를 언제 감은 것일까. 쑥대머리의 아낙은 털썩 땅에 주저앉아 흐느끼기 시작했다. 때마침, 사또의 불호령 떨어졌다.

“아전! 대체 저 거지 년이 뭐라고 씨 부리는 거냐? ”

“신임 사또 나리, 고정하소서. 아무 일도 아닙니다.”

아전이 사또를 안정시켰으나, 동래읍성부터 홀짝홀짝 술병을 빨던 신임 사또의 사나운 눈빛에는 광기가 번쩍이고 있었다.

“쇤네가 사흘을 굶어 젖이 나오지 않심더. 제발 먹을 거 좀 주이소. 흑흑흑.”

“네 이 년! 간덩이가 부었구나. 젖이 안 나오면 쌀미음이라도 끓여서 먹일 것이지 어느 안전이라고 젖통 타령이냐? 병사들은 뭣들 하느냐? 어서 저 년의 젖통에 젖이 정말 안 나오는지 창끝으로 찔러 확인하라. 젖이 한 방울이라도 나올 시 네 년은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연약한 아낙의 눈물이 땅에 닿기도 전, 젖먹이를 업은 아낙은 거친 병사의 손길에 의해 길 밖으로 세게 내동댕이 처졌다. 앙앙앙 등에 업힌 아기가 포대기에서 빠져나와 돌쩌귀에 이마를 부딪쳤고, 붉은 피를 흘리며 아기가 숨이 넘어갈 듯 울어댔다. 놀라 쓰러진 아낙이 잽싸게 우는 아기를 보듬고 엉엉 통곡하기 시작했다. 길가에 무표정하게 줄지어 서 있던 백성들이 웅성 웅성거렸다.

“이 망할 세상, 왕창 망하지도 않고 백성들을 괴롭히네.”

“구관이 명관이라더니. 쯧쯧.”

“사또의 상판대기 보니 우리 등골께나 빼먹게 생겼네.”

기장 고을 백성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중얼거리며 막막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수풀 사이에서 구름을 타고 내려온 검은 복면의 사내가 사또 앞에 나타나서 대성일갈(大聲一喝)을 하였다.

“오호통재(嗚呼通才)라, 금준미주천인혈(金樽美酒千人血)이라더니 정말 찢어진 입이라고 쏟아내는 말이 가관이구나.”

“웬 놈이냐? 어서 복면을 벗고 머리를 조아리고 신임 사또에게 예를 갖추지 못하겠느냐? 뭣들 하느냐? 당장 저 놈을 잡아 오랏줄을 묶어 마을로 끌고 가자.”

병사들이 벌 떼처럼 검은 복면의 사내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오합지졸 같은 병사들이 수천 명 달려들어도 이기지 못할 손오공과 부처님의 싸움 같았다. 짝짝짝…코흘리개 아이들과 백성들이 우레와 같은 박수를 쳤다.

살아있으면 반드시 죽음 있으니

일찍 죽는다고 명 짧은 건 아니로다

어제 저녁엔 다 같이 사람이다가

오늘 아침엔 귀신 명단에 올라 있구나.

한 발 한 발 이끼가 자라는 바윗돌을 조심조심해서 상여를 매고 올라가는 바우는 자꾸 지난 기억을 되새길수록 목젖이 뜨거워졌다. 그리고 새삼 억울하게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렸다. 제대로 약 한 첩도 써보지 못했는데, 찢어지게 가계가 어려워서 장례절차 생략하고 아버지를 떠나보낸 것이 가슴에 걸리고 아팠다. 아무리 철천지원수라도 미움을 품고 살면 그 한이 자기에게로 오롯이 되돌아온다지만, 바우는 자신의 인내심이 여기까지라 싶었다. 더 이상 사또를 어깨에 메고 올라가고 싶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사또를 끌어내어 요절을 내고 싶었다. 그러나 바우만 그런 생각을 하고 상여를 매고 올라가는 것이 아니었다. 상여를 부르면서 일심동체처럼 움직이며 발을 맞추어 올라가는 12명의 향도꾼들 모두가, 저 한 날 한 시 태어나지는 않아도 한 날 한 시 똑같이 죽자고 도원결의를 맹세한 유비, 관우, 장비 세 형제처럼 똑같은 생각을 하면서 길고 긴 용소 고갯길을 사행(蛇行)하고 있었다. 어디선가 휘파람새가 휙휙 울어댔다.



# 여근석(女根石)은 내 말을 들어주는 귀가 달린 부처야

용소 계곡길은 옛날 신라의 갑화양곡현(505년)에서 기장현으로 개명되던(757년) 이전부터 우리 조상들이 넘나들던 유서 깊은 관문. 그 관문에 약방문의 감초 같은 주막이 있었다. 숲속의 새들도 쉬어가기 좋은 크고 작은 바윗돌이 산재해 있고 골짜기 모양이 여인네의 은밀한 곳을 연상케 한다 하여, 많은 길손들이 목도 축이며 말의 등물을 쳐주고 소의 여물도 챙겨주며 지친 발을 담갔다. 족욕을 즐길 수 있는 물가에서 조금 위로 올라가면 단단한 주춧돌 위에 자리한 초가삼간의 주막(酒幕)이란 글씨가 써진 ‘홍등’이 길손들에게 새 둥지 같은 불빛을 비추고 있었다. 때는 낙엽들이 물속에 가을을 물들이고 있는 계절. 감나무에 매달린 조등의 불빛도 눈먼 새들의 길을 밝혀주는 듯 빛이 나는 가을밤, 점순은 산더미같이 쌓인 설거지를 끝내고 바느질을 하다가 살풋 앉은 채 잠이 들었는데, 아 글쎄, 생시인지 꿈인지 도무지 분별이 안 되는 꿈속에서 상여 소리를 들었던 것이다. 아니 철창에 갇혀 짐승처럼 우는 바우를 보았던 것이다. 점순은 철창에 갇힌 바우를 꺼내주려고 애를 썼으나 몸이 움직여주지 않았다. 그렇게 꿈속에서 몸부림치다가 깨니, 다행히도 꿈이었던 것이다. 점순은 꿈이라는 사실에 안심이다 싶었던 것이다. 동학을 공부하는 바우에게 혹시 안 좋은 일이 생긴 것일까 싶기도 했다. 점순은 동암댁 시어머니 말처럼 정말 바우가 역적 같은 일을 꾸미고 있는 것도 같아서 걱정이 됐다. 그래서 바우 생각만 하면 자꾸 눈앞이 흐려졌다. 부처님 손바닥만 한 골방에는 흐릿한 호롱불이 쉼 없이 타고 있었다. 쏴아쏴아 골짜기에서 쏟아지는 물이 새 둥지처럼 용소계곡 큰 바윗돌 곁에 바싹 붙여 지은 주막을 떠내려 보낼 듯 시끄럽게 흘러가고 있었다. 점순이 토담집 문을 열고 마당으로 내려서자, 강아지가 귀신이라도 보았는지 컹컹컹 무섭게 짖어댔다. 점순은 개줄을 찾아 강아지를 댓돌 밑 마루기둥에다 단단히 묶었다. 사실 사람새끼 먹는 식량도 없는데 개새끼를 키운다고 동암댁의 잔소리가 심하지만, 밤에는 워낙 길손이 드물어서 집을 지켜줄 짐승이 필요하다고, 주막을 은신처로 삼고 있는 바우가 어디서 강아지를 품고 왔던 것이다. 점순은 강아지에게 낮에 사람들이 먹다가 남기고 간 식은 밥을 그릇에 담아 주고는, 헛간의 시렁 위에 놓인 조족등(照足燈)을 들고 나왔다. 그리고 초저녁잠이 든 시어머니를 깨우지 않으려고 신경을 쓰며, 캄캄한 어둠에 지워진 숲길을 얼마간 조명해 보았다. 허나 까무락자드락 일렁이는 도깨비불 같은 헛것이 어른댈 뿐이었다. 귀를 쫑긋 세우고 온 몸의 촉을 곤두 세웠으나, 잠결에 들리던 상여 소리는 다시 들려오지 않았다. 점순은 문득 꽃상여도 없이 떠난 언니 생각에 가슴이 미어질 듯 했다. 신임 사또의 행차 길을 가로 막았다는 죄목으로 옥에 갇힌 것도 억울한데, 끝내 젖먹이 조카랑 언니가 옥에서 죽은 것이었다.

점순은 손에 든 조족등을 길가에 내려놓고 굴러다니는 돌멩이를 하나 집어 계곡 건너편 여근석의 구멍을 조준해서 휙 던졌다. 뚝- 돌멩이는 움퍽한 구멍 속으로 들어간 것 같더니, 데굴데굴 굴러서 시냇물 속으로 가라앉아버렸다. 세월에 오래 풍화되어 반들반들한 느낌을 풍기는 여근석에는 어떤 사또가 기장 현감을 지내고 떠나면서 ‘永世不忘碑’라는 글발을 새겨 놓고 있었으나,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점순에게 특별한 의미를 주지 못했다. 여근석은 점순에게 그저 묵묵한 바위에게도 귀가 있어서 자신의 신세 한탄을 들어주는 돌부처처럼 생각되었다. 그래서 점순은 새벽에 지은 밥을 제일 먼저 고봉으로 담아서 ‘여근석’ 바위에게 바치곤 하였다.

송유미 시인

※공동기획:부산시문화원연합회, 국제신문, (사)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지식문화연구소 (주)리멘Lim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