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의 임효준·최민정 노리는
- 지역 유소년 선수 65명
- 유일한 연습장 북구빙상장서
- 연휴에도 밤낮없이 구슬땀

“상체 들지 말고 왼쪽 어깨 더 들어야지! 팔은 크게!”

쇼트트랙 빙상 꿈나무들이 부산 북구 빙상센터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훈련하고 있다. 곽재훈 전문기자 kwakjh@kookje.co.kr

14일 오후 부산 북구빙상센터. 쇼트트랙 감독의 목소리가 넓은 빙상장에 울려 퍼졌다. 선수들은 빙상 트랙을 끊임없이 돌며 진지하게 훈련에 임했다. 어느새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이 맺혔다.

학교수업을 마친 13명의 초·중학생들은 매일 평균 7시간 훈련을 실시한다. 다리 근력 운동부터 트랙을 20바퀴씩 도는 것까지 쉬운 것 하나 없다. 그럼에도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가깝게는 다음 달 전국 종별 선수권대회부터 멀게는 다음 동계올림픽까지,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밤낮으로 훈련 중이다. 이번 연휴에도 설날 당일을 빼고 모두 훈련이 진행된다. 박소정(14) 양은 “훈련이 힘은 들어도 배워가는 게 재밌다”며 “안 다치고 열심히 실력을 쌓아서 최민정 언니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평창올림픽이 중반으로 달려가면서 쇼트트랙 등 빙상 종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소년 선수들은 다음 올림픽 메달을 꿈꾸며 훈련에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따뜻한 부산은 빙상 등 겨울스포츠 불모지다. 아이스링크장은 북구와 해운대구, 동래구 세 곳이 있지만 정규 규격에 맞는 곳은 북구빙상센터가 유일하다. 그나마 올 하반기 남구에 제2 빙상장이 들어설 예정이지만 창원(2개), 김해(1개)와 비교하더라도 부산의 인구에 비하면 시설은 열악하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성과가 나왔다. 지난 4일 폐막한 전국동계체전에서 부산 대표로 출전한 4명의 초등학생은 쇼트트랙 계주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지난해 열린 교보생명컵 꿈나무체육대회에서는 김지원(9) 군이 전국 1등을 차지하기도 했다.

현재 부산에는 쇼트트랙(43명)과 피겨스케이팅(20명), 스피드스케이팅(2명) 등 65명의 빙상선수가 있다. 피겨스케이팅은 몇 해 전 김연아 선수 열풍으로 배우는 학생이 많았지만 최근엔 감소하는 추세다. 부산빙상경기연맹 김영훈 전무는 “부산 인구에 비하면 선수가 적은 편이고 열악한 환경에 비하면 많은 편”이라며 “선수가 많으면 좋겠지만 지금 선수들이 얼마나 잘하느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산 빙상의 미래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2005년부터 부산에서 지도자 생활을 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전이경 감독은 “부산 유소년들의 열정과 의지는 대단하다”며 “여건이 갖춰지면 더욱 성장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선수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