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긴급조치 제9호 위반으로 40여 년 전 징역형을 받았던 80대가 사망하고서야 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부산지법 형사7부(김종수 부장판사)는 대통령긴급조치 제9호와 반공법 위반으로 징역 1년, 자격정지 1년을 받았던 고(故) 김모 씨의 대통령긴급조치 제9호 위반에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반공법 위반에 대해서는 징역 1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김 씨는 39세이던 1975년 경남 김해시 자택에서 술을 마신 후 옆방에 살던 김모(여·당시 21세) 씨에게 “우리나라는 박정희가 살고 있는 한 정권은 바뀌지 않을 것이며 박정희가 죽어야 세상이 바뀔 것이다. 박정희가 살아 있는 한 독재가 계속될 것이다”고 말해 대통령긴급조치 제9호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2013년 대법원이 ‘목적상 한계를 벗어나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함으로써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등의 이유로 긴급조치 제9호에 대해 위헌·무효 선언하면서 효력을 상실했다. 이에 지난해 12월 검찰의 재심청구로 재심이 시작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위헌·무효인 긴급조치 제9호를 적용하여 공소가 제기된 이 부분 공소사실은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한 때’에 해당하므로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김 씨는 옆방에 살던 여성에게 박정희 정권 비난과 함께 “이북에는 쌀 한 되 35원 하는데, 우리나라는 앞으로 쌀 한 되 1000원까지 안 할 줄 누가 알겠는가. 이것만 봐도 이북이 정치를 잘한다”고 말해 반공법 위반 혐의도 함께 받았다. 김 씨는 재심청구 당시에는 생존했으나 판결 전 사망했다.

하송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