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판 후미에 어획물 쌓아둬
- 높은 파고에 중심 잃으며 전복”
- 조업 금지구역 침범 숨기려
- 자동식별장치도 미리 꺼 놔

경남 통영 앞바다에서 침몰해 4명이 숨지고 4명이 실종된 쌍끌이 저인망어선 11제일호(59ｔ 사천선적)가 조업구역을 벗어나 불법조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통영해양경찰서는 12일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11제일호가 조업 가능한 해역에서 8~11㎞가량 떨어진 조업금지구역에 들어가 조업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해경은 통영연안 해상교통관제센터(VTS) 레이더 영상과 해군 3함대사령부가 관리하는 욕지도 레이더기지 영상 분석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해경은 함께 선단을 이뤄 조업했던 12제일호 선장을 입건하는 한편 선주 등을 상대로 조업금지구역 조업 혐의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다.

조사 결과 사고 선박인 11, 12제일호는 지난 5일 사천시 삼천포항에 입항하고 사고 당일인 6일 출항할 때 선박 입·출항 신고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당일 불법 조업 사실을 숨기기 위해 고의로 선박 내 자동선박식별장치(AIS)를 작동하지 않은 사실도 밝혀냈다.

침몰 원인은 조업한 어획물을 어창에 적재하지 않고 어선 후미 갑판에 보관한 것이 문제가 됐다. 운항 중 높은 파고가 갑판을 덮쳐 다량의 바닷물이 어획물을 우측으로 갑작스럽게 쓸면서 중심을 잃고 전복된 것으로 조사됐다. 어획물을 어창에 적재할 경우에는 무게 중심이 낮아 복원력이 커지고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으나 갑판 위에 적재할 경우 무게 중심이 높아 선체 복원력이 작아지고 불안정한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해경은 11제일호가 조업금지구역에서 조업 후 기상 악화로 그물을 끌어올린 뒤 어획물 선별작업을 위해 안전 해역으로 이동 중 높은 파고로 어획물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침몰했다고 설명했다.

해경은 어선을 불법으로 증·개축 했는지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 중이다. 해경에 따르면 11제일호는 지난 6일 오후 2시10분께 사천시 삼천포항에서 11명이 승선해 출항, 오후 7시께 통영시 욕지면 국도 남서방 5㎞ 해상에 도착해 어구를 투망했다. 이어 밤 11시께 조업을 마치고 기상악화로 그물을 끌어올리고 이동 중 11시35분께 침몰했다. 당시 사고해역에는 2~4ｍ의 높은 파도와 초속 13~17ｍ의 강한 바람이 부는 등 풍랑주의보 발효 상태였다. 이 사고로 선장 등 4명이 숨지고 4명이 실종됐다. 해경은 사고 7일째를 맞은 이날 여수와 부산 등으로 수색 범위를 넓혀 실종자 수색에 나서고 있다.

박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