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수관 건설 등 73억 필요한데
- 분당 배수량 3.7ｔ 확대용역뿐
- 이마트타운 건립 땐 심화 우려

많지 않은 봄비에도 잠기는 차도가 있다. 시간당 20㎜의 봄비가 내린 지난 15일 부산 연제구 연산동 월륜교차로 인근 정보화 지하차도는 물난리를 겪었다. 인근에 총 1088가구의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이 같은 현상이 생겼다. 2020년 이마트타운마저 건립되면 이 같은 현상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 봄비에 침수된 정보화 지하차도.

부산 연제구는 19일 정보화 지하차도 배수펌프의 배수 용량을 키우는 실시설계용역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배수펌프는 지하차도로 모여드는 빗물을 수영강으로 내보내기 위해 2007년에 조성됐다. 펌프장 준공 후 인근에 아파트가 개발되는 등 주변 환경이 바뀌면서 비에 취약한 상습침수구역이 됐다.

지난해 9월 많을 때는 시간당 100㎜가 넘는 강수량을 기록해 기상관측 사상 최대 규모의 ‘물 폭탄’이 쏟아져 지하차도가 침수됐다. 빗물이 펌프의 설계용량을 초과했을 뿐만 아니라 배전반이 침수돼 펌프 가동도 멈췄다.

2007년 차도 준공 이후에는 침수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분당 3.7ｔ의 빗물을 퍼낼 수 있는 펌프 4개가 강수량에 따라 자동으로 가동됐다. 문제는 2015년과 2017년 지하차도 부근에 1000여 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 2곳이 들어서면서 발생했다.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 임야는 웬만큼 비가 내려도 자연 배수가 가능했다. 그러나 임야를 깎아 내고 만들어진 아파트 단지로 인해 불투수 면적(빗물이 땅으로 스며들지 못하는 부분)이 늘어났다.

총사업비 2000만 원이 투입된 용역은 다음 달 말 마무리될 예정이다. 3개의 펌프는 용량을 유지하고 1개는 배로 키운다. 이렇게 하면 분당 14.8ｔ에서 18.5ｔ으로 배수 용량이 늘어나게 된다. 구는 행정안전부에 재난안전특별교부세 5억 원을 신청했다.

배수펌프장을 이렇게 개량하면 임시방편에 그칠 공산이 크다. 봄비에도 침수되는 지하차도에 분당 배수 용량 3.7ｔ을 늘린 것으로 침수 문제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해 폭우 이후 연제구가 진행한 ‘정보화 지하차도 침수 원인 및 대책’ 용역을 보면 해당 구간 침수 방지를 위해서는 총 73억 원의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용역 결과 노면 유출수 저감시설, 펌프장 개량, 신규 펌프장 증설이 필요하다고 분석됐다. 연제구 관계자는 “한 개 펌프의 용량을 키우는 것이 구가 할 수 있는 빠르고 현실적인 대책이다”고 설명했다. 연제구의회 노정현 의원은 “펌프장 설계 당시와 달라진 환경에 맞게 증설하고 인근 아파트에서 발생한 우수를 직접 수영강으로 내보낼 우수관을 건설해야 한다”며 “부산시가 예산을 편성하도록 촉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봉기 기자 superch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