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토지 공개념’ 도입안이 담긴 두번째 개헌안 주제를 발표했다. 헌법 내 토지 공개념의 강화는 과거 사유재산침해와 위헌 논란을 이유로 폐기됐던  ‘택지소유상한제에 관한 법률’과 ‘토지초과이득세법’의 부활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크다. 

#토지의 공적 성격 인정...투기 잠재우기 용이

21일 정치권 소식통에 따르면 이런 우려는 앞서 지난 14일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가 토지공개념을 담은 ‘개헌 자문안’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할 때부터 제기됐다.

당시 특별위는 “경제민주화 의미를 분명히 하고 토지의 특수성을 명시해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는 국가 노력의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공적재화로서의 성질을 인정하여, 토지에 대한 사유재산권을 적절히 제한하여야 한다는 생각이나 주장을 의미한다. 현행 헌법 제122조는 국가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이용ㆍ개발과 보전을 위해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고 규정, 그간 이에 대한 해석을 근거로 토지 공개념이 인정돼왔다.

여기서 더 나아가 청와대가 21일 주제 발표를 통해 사회적 불평등 심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하여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토지공개념의 내용을 헌법에 명시하겠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부동산 투기 수요를 잠재우기 위한 각종 법과 제도 마련이 용이해진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근거로 법령이 마련되면 부동산 시장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토초세법 등 징벌적 규제 근거...시장경제 왜곡 우려

정부의 이번 조치에 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헌법 내 토지공개념의 명시화가 부동산 부의 불평등을 완화한다는 명분에 의해 징벌적 규제법을 마련할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부동산 관련 징벌적 규제법안은 역사적으로 위헌 논란의 대상이 돼왔다. 1989년 노태우 정부 시절 택지소유상한법, 토초세법 등이 마련됐지만 위헌 시비에 휘말렸다.

택지소유상한법은 특별시 광역시의 경우 한 가구당 택지소유상한을 660㎡(200평)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택지소유자에게 기간의 제한 없이 고율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도 법안의 내용 중 하나였다. 

법안이 공개되자 사유재산을 침해할 뿐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의 근간을 흔드는 발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헌법재판소는 1999년 택지소유상한법에 관한 위헌심판 결정문을 통해 “매년 택지가격의 4% 내지 11%에 해당하는 부담금을 계속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짧은 기간 내에 토지재산권을 무상으로 몰수하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판단했다. 10년만 지나면 세금 부과율이 100%에 달해 토지재산권 무상몰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 결과 택지소유상한법은 위헌 결정을 받았다.

토초세법은 개인 소유의 유휴지나 법인 소유의 비업무용 토지의 지가 상승에 따른 불로소득을 세금으로 환수하는 법안이다. 헌재는 1994년 위헌심판 당시 “장기간 토지를 보유하는 경우에도 토지초과이득세 부과는 사유재산권 보장의 취지에 반한다”며 헌법 불합치 판정을 했다. 당시 객관적으로 산정하기 어려운 미실현 이득을 과세대상으로 삼은 것도 문제가 됐다.

이에 전문가들은 헌법 내 통지공개념을 명문화는 것은 경제적 불평등 완화라는 명분이 있지만, 그 현실화 과정에서 이념 갈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많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부동산학계 전문가는 “토지 공개념 도입이 부동산 안정화를 촉진할 것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토지 공개념을 도입한 해외 부동산 가격이 안정화 됐는지 볼 필요가 있다”며  “자칫 시장경제를 왜곡할 수 있어서 국회 검토 과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승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