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 “조례 설치 청구 대상 아냐”
- 학부모단체 등 “불통행정” 반발

경남 하동군이 주민 발의 조례를 각하해 시민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군은 조례가 상위법에 저촉돼 주민 발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반면 시민단체는 군이 내용을 수정하거나 조정하는 등의 노력도 없이 일방적으로 각하한 것은 주민들의 의견을 짓밟는 처사라는 것이다.

하동참여자치연대는 학부모단체와 함께 주민 서명을 받아 청구한 주민 발의 조례를 하동군이 각하한다는 내용으로 통보해 왔다고 21일 밝혔다.

이에 앞서 이들 단체는 지난해 11월 하동군에 ‘하동군 친환경 학교급식 지원 조례안’과 ‘하동군 방사능 등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한 학교급식 식재료 사용에 관한 조례안’ 발의를 건의했다. 학생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할 수 있도록 자치단체가 지원 근거를 마련하라는 취지에서다.

시민단체는 조례 발의의 요건을 맞추기 위해 규정인 870명의 두 배가 넘는 1816명의 서명을 받았다. 조례 발의를 건의하면서 시민단체는 ‘우리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건강한 급식을 제공하고, 지역농산물 우선 사용을 통해 농민들에게 이익을 줌으로써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밝혔다. 또 ‘조례안의 일부 조항이 상위법령에 어긋날 수 있으나 조례심의회는 조례의 전체 취지를 심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첨부했다.

그러나 군은 “시민단체의 친환경 급식 지원 조례안이 자치단체의 지원을 의무화하고 있어 법제처 질의 결과 대상이 아니라는 답변을 받았다”며 “방사능 안전 급식 조례는 행정기구 설치가 동반돼야 하는 사안이어서 조례 설치를 청구할 수 있는 대상이 안 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하동참여자치연대 송승윤 사무국장은 “주민들을 위한 조례 발의 건의를 지자체가 적극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상위법 저촉을 운운하며 수정이나 변경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휴지 버리듯 각하시키는 것은 불통행정의 표본을 보는 것 같다”며 “각하된 조례를 오는 6·13지방선거 후보들에게 정책 제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완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