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시검사서도 발각 안돼
- 고객돈 쌈짓돈처럼 줄줄새

부산의 한 새마을금고 직원이 2년 넘게 90억 원대의 불법 대출사기(국제신문 지난 28일 자 8면 보도)를 저지르는 동안 수차례 감사가 실시됐음에도 범행이 드러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허술한 관리·감독이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새마을금고 중앙회의 말을 종합하면 A(39) 씨는 2014년 2월부터 부산의 한 새마을금고에서 차량 담보대출 모집원으로 일을 시작했다. 외근을 하며 대출자를 모집해 대출 관련 서류를 새마을금고에 갖다 주는 방식으로 대출 실적을 쌓는 업무였다. 대출이 발생하면 A 씨는 0.4%의 수수료를 수당으로 받았다.

그러다 2015년 4월부터 지인 등의 명의를 빌린 뒤 자동차등록증 등을 위조해 불법대출을 일으켰다. A 씨는 차량이 없는 자들에게 차량은 자신이 갖고 있으니 명의만 빌려주면 대출할 수 있다고 한 뒤 대출의 대가로 대출금의 약 10%를 수수료 명목으로 챙겼다. 이렇게 실행한 불법대출은 지난해 11월까지 110건으로 금액은 94억 원에 달한다.

이 과정에서 A 씨의 범죄행각이 일찍 발견될 수 있었지만 관리감독 기관의 조사는 부실했다. 새마을금고 중앙회는 2016년 8월 해당 지점을 상대로 2년마다 실시하는 수시검사를 진행했다. 조직과 회계, 여·수신 등을 종합적으로 면밀히 살피는 감사였음에도 A 씨의 불법 대출은 발견하지 못했다. 당시 A 씨는 총 49건의 불법대출을 이미 저지른 상태였다. 해당 지점이 분기별 1회씩 실시하는 감사에서도 A 씨의 범행은 드러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이 되어서야 해당 지점은 A 씨의 범행을 눈치채고 중앙회에 보고했고 이후 진행된 감사로 범행이 드러났다. 새마을금고 중앙회 관계자는 “당시 A 씨의 위조 서류가 의심하기 힘들 만큼 정교했고 대출 건수가 적어 발견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같이 소홀한 감독이 이어지면서 새마을금고의 금융 사고는 계속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이재정(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발표한 ‘2013년 이후 새마을금고 금융사고 현황’ 자료를 보면, 2013년부터 2017년 8월까지 새마을금고 직원에 의한 금융사고는 총 49건으로 금액은 303억2500만 원이었다. 이 중 46건은 직원이 대출금이나 예금을 횡령한 경우였다.

새마을금고 중앙회 관계자는 “직원이 마음먹고 사기를 칠 경우 막기 힘들다”며 “내년 3월 감독 업무를 전담하는 금고감독위원회가 신설되면 이 같은 일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